바람과 마음이 다니기에는 넓은 길
좁은 길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
참나무가 살고 있는
뒷산으로 난 길이 있다
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흙 길
풀 이슬이 다리를 스치는 좁은 길
처음에는 나 혼자로도 가득해서
마음을 졸이며 걸었다
나뭇잎 사이로 비스듬한 햇살이
땀방울을 비추어 반짝인다
문득, 한참 동안 묵묵히 좁은 길을 본다
개미, 애벌레, 땅강아지, 거미, 잠자리, 여치...
내려다 보다 스르르 작아진 나는
그들의 눈을 보며 함께 걸었다
그들은 나만큼 커졌지만
족히 같이 갈 수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넓은게 마냥 넓지 아니 하듯이
좁은 길도 그랬다
살다가 만나는 좁은 길에서는
가만히 마음을 내려놓을 일이다.
2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