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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자미상 Nov 16. 2024

<죽은 것>

475자, 자유주제

  죽은 것을 마주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매일 마주하는 많은 시신들은 마치 장인의 손을 거친 매우 정교한 인형과도 같다. 그들을 마주할 때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을 그들의 모습을 잠잠히 떠올린다. 그들의 축축하고도 붉은 심장이 요란하게 펄떡거렸을 것이다. 매끈하거나 조글조글했을 그 배를 잔뜩 부풀렸다가 다시 오그라들며 바삐 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살아있음을 증명할, 그 흔해빠진 요란한 소리들은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잠잠하다. 노르스름한 색의 수의를 입은 그들이 적나라하게 내뿜는 잠잠하고도 불쾌한 공기에 한참을 파묻혀 있다가, 잠시 숨을 돌리려 로비로 나와 많은 사람들의 숨소리를 들을 때면, 바로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역겨움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그 역겨운 느낌에게서 곧장 발버둥치려다가, 결국 운명과도 같은 역겨움을, 여러 지체를 기어다니며 조여드는 것만 같은 역겨움을 가만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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