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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래랑 Aug 31. 2023

<피아노라는 아름다운 것>

중 EP. 3 <체르니라는 새로운 세계>

그렇게, 나에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체르니라는 새로운 세계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바이엘에 익숙해질때 쯤 체르니는 나를 반겼다. 바이엘은 지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울린다. 책을 펴니 바이엘과 차원이 다른 음표들이 날 반기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그리 빽빽하지 않은 것들이지만, 그때는 뭐 거의.. 쇼팽의 승리에튀드 보듯 할까. 체르니라는 것은 그렇게 다른 온도로 날 감쌌다. 이제 시작이라며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악보를 손과 번갈아 보며 손을 올렸다. 더듬더듬 열 손가락은 자리를 찾아 나갔다. 첫 음을 간신히 눌렀을 때, 나에겐 체르니라는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제 기초를 열심히 배웠으니 가지고 놀으라는 것인가.. 빽빽한 듯 아닌 듯 한 음표들은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체르니 안의 음표들은 나를 그렇게 1시간동안 골려먹었다. 난 거의 피폐해진 눈으로 마지막 음을 울렸다. 그렇게… 1일차는 끝났다.


길고 긴 시간을 빠르게 타임라인 해보자면, 1개월 절반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전에 배웠던 바이엘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터득했다. 무척이나 느렸지만, 아무튼 움직이고 있는 것이였다. 레슨이 끝날 때 쯤이면 내 목과 손가락 마디마디에 뼈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1년 반을 버텼다. 난 절반정도 기초를 가지고 노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로써 함께 체르니 100은 막을 울렸다. 이제 바이엘은 어느정도 터득했으니.. 체르니를 가지고 놀아볼까?


 사실 체르니 100은 지상천국 따로 없었다. 30부터가 시작이었다. 숨 쉴새 없이 이어지는 레가토(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에 정신을 못차릴 줄 알았는데, 어이쿠, 손이 저절로 움직이네? 이상하게 악보를 번갈아가며 쳐보니 곧 능숙하게 연주했다. 선생님과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서로를 한참 보았다. 그러더니 선생님께서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시더니, 소나티네라는 이름을 가진 책을 떠내 오셨다. 원래는 체르니를 절반정도 능숙하게 연주한 뒤에 연주하는게 맞는건데, 나는 초견이 빨라 소나티네도 해볼 만 하겠다 하셨다. 나는 잠시 멍을 때렸다. 소나티네..? 왠지 불안한 기운이 날 덮쳤다. 악보를 피니 곧 깨달았다. 내 촉감이 정확했다는 것을… 체르니와 급이 다른 음표들이 날 향해 서늘하게 웃었다.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땀 범벅된 손가락을 올리고 악보를 마디마디를 앞서가 보아보며 연주했다. 불안한 생각과 달리 잘 연주할 수 있었다. 나는 치면서 동시에 기초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즐겁게만 연주하자는 마음으로 죙일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적응이 안될 것 같던 음표들도 곧 적응되었다.


그러다 보니 막상 피아노 앞에 앉는게 지루하지 않았다. 어느정도 청음도 이제 가능하며, 계이름은 이미 다 깨우칠 뿐더러 스케일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이때부터 피아노가 재미있어졌던 것 같기도. 그러다보니… 막상 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이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진도는 훌쩍훌쩍 나가는데 대충 다져지고 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다른 피아노 학원으로 발을 들였다. 뭐가 바뀌려나 싶었지만, 현 피아노 학원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기도. 이렇게 여러 곳을 다녀보며 적성에 맞는 곳을 찾는 것도 나쁘진 않다. 특히 입시 쪽으로 가려면 선생님이 학생의 실력을 얼마나 높여줄련지, 그리고 학생의 매력을 이해하고 더 어필하게 해주는 그런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 그냥 로봇처럼 악상기호대로 쳐도 안되기 때문에… 피아노는 파고 팔수록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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