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늘 하는 생각이지만,
나의 시어머니는 무심코 하시는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그런 시어머니와의 일화를 적어보고 싶어서 브런치에 쓰게 되었다.
악의는 없으시지만, 난 상처가 되어 마음에 담아둔 일들을 말이다.
남편과 나는 결혼 후 시댁과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얻었고,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을 뵈러 자주 갔다.
남편은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 마음과는 반대로 부모님께 늘 화를 내며 얘기를 하곤 한다.
“ 아! 엄마! 영양제 좀 꼬박꼬박 드시라고!!”
그 날도 역시 남편은 시어머니께 버럭버럭 화를 내며 얘길하고 있었다.
“ 아! 엄마! 농사일 좀 줄이라고! 이제 나도 회사일이 바빠서 자주 못 내려온다고! 제발 좀!”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일을 많이 하시는 어머니가 걱정되고 답답했던 남편은 어김없이 큰소리를 내며 어머니께 성질을 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난,
부모님께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버럭 중인 남편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 오빠, 어머니께 그만 좀 화내.” 하며 말렸다.
그 때 시어머니는 나에게 한마디 하셨다.
“ 오메! 오메! 우리 귀한 아들한테 왜 손을 대냐!”
난 시어머니 편을 들다 되려 시어머니께 한소리를 듣게 됐다.
하루는 어머님께서 서랍장이 필요하다 하시어 근처 가구점에 가게 되었다.
남편이 가구를 고르는 사이 나와 시어머니는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그 때 어머니가 내 핸드백을 빤히 보시더니,
“ 오메- 네 가방이 겁나 좋아보인다잉.” 하시며 당신의 가방을 내 앞에 툭 던지셨다.
“ 내 가방은 시장가서 달랑 5만원 주고 샀다.”
뼈가 있는 듯한 시어머니의 말씀에 난 의아했다.
가방을 사달라는 말씀이신가?
아들이 힘들게 번 돈 함부러 썼다는 뜻인가?
괜스레 억울한 나는 시어머니께 답변을 했다.
“ 와! 어머니, 비싼거라 그런지 확실히 제 가방보다 좋아보이네요! 전 인터넷에서 3만원도 안주고 샀거든요.”
“ 크흠. 그러냐. 네 가방도 겁나 좋아보이구만. 싸게 잘 샀다잉.”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D
하루는 경주빵과 고등어를 사서 시댁에 갔다.
경주빵을 먹어보니 맛이 제법 있어 시부모님께 드리기 위해 직접 샀고, 고등어 역시 시댁에서 저녁에 구워먹기 위해 나름 싱싱한 걸로 골라서 샀다.
“ 어머니! 경주빵이라는 건데 맛이 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 이런거 먹지말어라. 밖에서 파는 건 방부제가 겁나게 많이 들어가서 몸에 그렇게 안 좋아야.”
“ 아, 네.. 그럼 이따가 저녁에 고등어 구워먹어요. 제가 오는 길에 마트에서 고등어 사왔어요. 이거 보세요. 싱싱하죠.”
나는 마트에서 사온 고등어를 어머니께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내가 내민 고등어를 보시더니 고등어 밑에 깔린 습포지를 가리켰다.
“ 이거 봐라잉. 이거 방부제 깔려있는거 안 보이냐. 이런거 몸에 안 좋다니께! 방부제가 이렇게 있는디 어찌 먹냐.”
혹시 어머니는 그냥 내가 사온 게 싫으신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시부모님 생각해서 음식을 사올 때마다 몸에 안 좋은거다, 방부제 덩어리다 싫은 소리를 늘 하시니 어머니의 무심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장에 가실 때마다 길거리 붕어빵 매일 사드시잖아요ㅠㅠ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