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어머니는 음식을 굉장히 짜게 하신다.
특히나 김치를 정말 짜게 담그신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많은 종류의 젓갈을 넣으신다.
김장 때 다대기 양념에 넣는 젓갈 종류도 정말 많은데다, 들어가는 젓갈의 양도 상당했다.
시댁에서 김장을 하고 가지고 온 김장김치를 지인들과 나눠먹으면 너무 짜서, 되려 쓴 맛이 느껴질 정도라고 한다.
첫째 출산 때 도와주셨던 산후도우미 이모님은 어머니 김치를 먹자마자 바로 뱉어내셨었다.
남편도 시부모님과 살 때는 잘 모르다가, 결혼하고 나와 살다보니 입맛이 바뀌었고, 그러다보니 어머니 김치가 상당히 짜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 1편에서도 언급이 됐지만, 남편은 늘 어머니께 음식을 짜게 드시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동서들도 시댁에서 김장할 때 본인들의 김치는, 본인들이 따로 담가서 가져갔다.
나 역시,
김장은 도와드리지만, 김장한 김치는 가져오지 않고, 집에서 따로 담가 먹거나, 사먹는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한날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당신의 혈압이 높아서 큰일이라고 걱정하셨다.
“ 어머니, 혈압약 잘 챙겨드시고 계시죠?”
“ 잘 먹고 있다. 약도 잘 먹는데 왜 글케 혈압이 높은지 모르겄으야.”
“ 음… 영양제도 잘 챙겨드시구요. 아, 혈압이 높으시면 무엇보다 음식을 짜게 드시면 안 좋으세요.”
“ 내가 뭔 음식을 짜게 먹는다냐?”
“ 어머니 음식은 진짜 맛있는데, 어머니께서 혈압이 높으시니 어머니께서 드시기에는 간이 조금 셀 수 있을 것 같아요ㅠㅠ 혈압이 있으시면 음식을 최대한 싱겁게 드실수록 좋다더라구요. ”
“ 얼레? 내가 뭐 얼매나 짜게 먹는다고 그라냐.”
“ 아.. 헤헤. 어머니, 의사선생님께서 건강한 사람도 음식을 억지로 싱겁게 먹는데, 혈압이 높으실수록 더욱 싱겁게 드시는 게 좋다고 당부 하시더라구요- 특히 다른건 몰라도 김치는 매끼니 때마다 먹는 반찬이니까, 김치를 씻어서 들기름에 볶아드시거나, 김장 때 조금 싱겁게 담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 내 김치가 짜다고야.”
“ 어머니 김치가 짜다는 게 아니라, 혈압이 있으니 더더욱 싱겁게 드시는 게 몸에도 좋으니 드리는 말씀이에요ㅠㅠ..”
“ 그럼 앞으로 네가 동서들 데리고 책임지고 김장 하거라.”
이런 걸 의도한게 절대 아니었는데…
어머니의 음식이 상당히 짜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에 대해서 한번도 불만을 가져본 적도 없거니와 ‘내가 해먹으면 그만,’ 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혈압이 많이 높으시고, 그 때문에 많이 걱정하시기에 드린 말이었을 뿐.
혈압 이야기보다 음식에 포커스가 맞춰지며 기분이 상하신 듯 했다.
친정엄마라면 직접적으로 얘기라도 할텐데.
눈치 없는 며느리라, 어머니의 요리 부심을 제가 미처 몰랐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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