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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희 Apr 16. 2024

시어머니와 며느리

6.



둘째 동서는 내가 만삭 즈음 둘째를 출산을 했다.


둘째 동서의 딸 미미는 순하고 하얗고 정말, 정말 귀여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어머니는 당신의 손녀임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 눈에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으셨 던 것 같다.


“ 우리 미미는 코도 즈그 아빠 닮아가꼬 이삐고, 입술도 이삔데, 눈은 누구 닮았는지 모르겄어야. 우리 집안에는 저런 눈은 없당께!”


시어머니는 나에게 전화로도 늘 미미의 눈을 가지고 ‘우리 집안에는 이런 눈은 없다!’고 하셨고, 둘째동서가 시댁에 올 때마다 대놓고 말씀하셨다.


둘째동서는 미미의 눈이 못 생겼고, 그 못생긴 눈이 동서를 닮았단 얘길 빗대어 하시는 듯한 시어머니께 내심 섭섭해했고, 내 얘길 전해들은 남편은 어머니께 ‘자꾸 우리 집안을 닮았네, 어쨌네,저쨌네.’ 그런 말 좀 하지말라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역시나 개의치 않고 또다시 동서와 둘째서방님이 계신 데에서 얘길 꺼내셨다.


“ 우리 미미는 우리 아들 닮아서 코도 이삐고, 입도 이삔데, 눈은 우리 아들 안 닮았어야. 우리 집안에는 이런 눈이 없당께!”


그 때 둘째서방님이 시어머니께 쎈 한마디를 던지셨다.


“ 엄마. 그라고 본께 미미가 엄마(시어머니) 손녀가 맞긴 맞는 갑소!”


“ 미미 내 손녀제. 근데 갑자기 왜야?”


“ 미미 눈이 엄마(시어머니)눈이랑 똑같이 생겼자네!”



나랑 둘째동서는 조용히 ‘풉!’하고 웃었고,

시어머니는 무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조금 있다 둘째서방님이 다시 한번 언급 하셨다.


“ 엄마. 엄마 손녀인디 자꾸 눈이 우리 집안 눈이 아니네, 어쨌네 하지 좀 마쇼. 그게 며느리 흉보는 거 아녀. 며느리가 얼마나 기분 나쁘겄는가.”


둘째 서방님의 일침에 어머니는 다신 미미의 눈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으셨다.





하루는 시어머님이 우리 딸 토토를 보시더니

“ 오메 이것 좀 봐라잉, 우리 아들 닮아갖고 토토 귀가 겁나 이쁘당께.”라고 하셨다.


나는 대놓고 말씀 드렸다.


“ 어머니. 토토는 오빠 귀를 닮은 게 아니라 제 귀를 닮은거에요. 오빠 귓 볼은 축 쳐졌는데 우리딸은 귓볼이 크지도 않고 귓바퀴도 저랑 똑같잖아요. 보세요. 똑같죠?”


나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내 귀를 보여드렸다.


내 귀와 우리 딸의 귀를 보던 어머니께서 순순히 인정하셨다.


“ 그래.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크흠. 그래도 눈썹 봐라. 토토도 눈썹이 찐-한게 우리 아들 눈썹이랑 똑같다야.”


나는 또한번 대놓고 말씀 드렸다.


“ 에이, 어머니. 그건 진짜 아니죠. 오빠 눈썹은 내시 눈썹처럼 끝이 축 쳐졌잖아요. 제 눈썹 보세요. 눈썹 문신 안 했는데도 찐하잖아요. 저희 딸 눈썹도 저를 닮은거죠.”


아이고! 알았다잉!



남편 미안해요. 진심 아니에요-!







나는 첫째 토토가 6-7개월 때 둘째를 가지게 되었다.


임신 주수가 차고 산부인과에서 둘째는 아들이라고 성별을 알려주었다.


아들을 원하셨던 시어머니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남편이 전화를 드렸고, 남편은 별 생각없이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해서 나도 함께 통화내용을 듣게 되었다.


“ 엄마, 둘째는 아들이라네. 엄마 아들 손주 원했잖아. 좋겄소!”


“ 왐마,왐마! 아들이라고 글더냐. 오메 축하한다잉. 이게 다 토토(우리 첫째딸) 덕분이다잉!”


“ 엄마, 그게 뭔소리야? 토토 덕분이라니?”


“ 원래 첫째가 머스마처럼 생기면 둘째가 아들이라더라. 토토가 머스마처럼 못 생겨갖고 둘째가 아들인거여!”


순간 나는 정색을 했고, 딸바보인 남편 역시 어머니의 말에 화를 내기 시작했다.


“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글고 엄마! 엄마 손녀인데 못 생겼다는게 할머니가 할 수 있는 말이야? 좀! 생각 좀하고 말을 하시라고!”


남편은 어머니께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토토가 초등학생인 지금까지도 얘기하신다.


“ 토토 쟈가 애기 때는 못 생겼드만, 그래도 크면서 콧대가 쪼까썩(=조금씩) 올라온다잉.”


우리 딸이 할머니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상처받을 까봐 늘 걱정이고, 남편도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버럭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으신다ㅠㅠ


우리 딸 이뻐, 이뻐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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