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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워낙 필터링 없이 말을 하시는 스타일이다.
또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최고!’ 이런 성격이시다.
남편은 어머니가 워낙 생각없이 말을 하시는 편이니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라고 하였지만 나는 내심 서운할 때가 많았다.
모처럼 시댁에 남편의 두 동생네도 다 모였다.
남자들은 나가서 농사 일을 했고, 동서들과 난 식사준비를 했다.
모처럼 삼겹살을 구웠다.
농번기라 제일 바쁠 때이기에 점심식사 후 다시 농사 일을 하러 가야했다.
바쁠 때라 불판에 구워먹을 여유까진 없었고, 후라이팬에 후다닥 구워 상에 올렸다.
남자들이 먼저 자그만한 상에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고, 음식을 다 낸 후 여자들은 구석에서 먹기 시작했다.
그 때 아들들이 먹는 걸 유심히 보던 시어머니는 여자상에 있던 삼겹살을 가져가시어 남자상에 놓았다.
“ 고기 많응께 너거들 많이 먹어라. ”
남자들 고기부터 다 굽고, 그나마 남은 고기 몇점 구운 것도 남자상으로 다 가져가셔놓고, 대체 어디에 고기가 많다는 것인지!
동서들과 난 황당해했고, 남편이 대신 시어머니께 한마디를 했다.
“ 엄마! 우리 밥 다 먹은 거 안보여? 제수씨랑 먹어야 되니까 그냥 거기 두라고!”
“ 아이, 여기 많다니께. 너덜 많이 먹으라고.”
“ 많긴 뭐가 많아! 하나도 없구만! 아 좀 이러지 말라고!”
feat. 저도 고기 먹고 싶어요, 어머니… ㅠㅠ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출출하니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셨다.
나는 정석대로 라면을 끓이는 타입이 아니었다.
평소에 내 스타일대로 냄비에 물을 붓고 불을 올린 다음, 바로 라면 면과 스프를 털어 넣었다.
“ 왐마! 왐마! 너 뭐하는 거냐!”
“ 네? 뭐가요?”
“ 물이 끓고 나면 면을 넣고, 면이 풀어지면 스프를 넣어야지!”
“ 아~ 하하.. 이렇게 끓여도 맛있던데요. 전 원래 이렇게 끓여서.. 한번 드셔보세요. 맛이 없으면 다시 끓여 드릴게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기어코 냄비 속 면과 스프를 건져내셨다.
“ 너는 라면도 못 끓이는 바보여. 바보. 쯧쯧”
결국 난 어머니께 라면을 끓여드리려다 바보 취급만 받았다.
앞으로 시댁에서는 꼭, 정석대로 끓여서 바보 취급을 받지 않으리라!
임신 28주 때
다니던 산부인과와 연계 된 산후조리원을 예약했고, 평소 하루에 한번 이상 어머니와 통화를 했던 난, 그 날도 별 생각없이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고 말씀을 드리게 됐다.
“ 산후조리원? 그것도 돈 들어가는 거 아니냐,”
“ 네, 당연히 돈은 내죠.”
“ 얼마더냐.”
“ 일주일 예약했는데, 일주일에 100만원정도 였어요.”
“ 워메워메. 아니 산후조리 그거 하는데 뭐 그리 비싸다냐? 그냥 산후조리 내가 해줄란다. 애기 낳고 와있거라.”
시어머니는 허리도 많이 굽으시고, 주무시는 시간 말고는 계속 나가서 일만 하시는 분이다.
더군다나 시댁은 집이 너무 오래돼서 천장에 쥐들이 밤마다 운동회를 했고, 한번은 천장에 난 구멍에서 쥐가 떨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해가 들지 않아 습했다.
시부모님께서 농사일을 하기 때문에 온 집안은 흙투성이에, 너무 시골이라 병원이나 마트도 차를 타고 30분 이상 가야한다.
그런 곳에서, 그것도 시어머니께 산후조리를 받는 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 어머니. 말이 쉽지, 어머니 농사일 하시면서 저 산후조리까지 하시면 어머니께서 정말 많이 힘드셔요.”
“ 산후조리 그게 뭐시 힘들다냐! 미역국만 끓이면 되는 건데! 그게 뭐라고 100만원이나 주고 조리를 할
라 그러냐.”
시어머니는 정말 진심이셨다.
미역국만 끓여놓음 되는 거라면 제가 왜 돈주고 산후조리원을 가겠냐구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고, 이미 계약한 거라 환불이 안된다고 둘러댔다.
역시 시어머니는 영- 탐탁치 않아하셨고, 산후조리를 돈 주고 한다는 거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하셨다.
돈도 돈이지만,
저는 제 몸이 제일 소중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