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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희 Apr 08. 2024

시어머니와 며느리

3



유도분만으로 이틀간 진통을 하였고, 제왕절개 수술을 외치기 일보 직전 자궁문이 다 열리게 되어 무사히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남편은 시부모님께 나의 출산 소식을 알렸지만, 시부모님은 농사일이 바쁘니 못 오신다고 하였다.


조금 서운은 했지만, 그냥 그려러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손님오면 맞이하는 것도 일인데 차라리 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퇴원을 하여 아기와 함께 집으로 왔다.


2주간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예약해두었기에, 퇴원날부터 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서 케어를 해주셨다.


아기와 집에 온 지 3-4일 즘 뒤 남편이 시골에서 시어머니를 모셔왔고, 마침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퇴근시간이었다.


이모님은 미역국과 반찬을 넉넉히 해두었으니 남편과 잘 챙겨먹으라 하시곤 퇴근을 하셨다.


시어머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아기를 보기는 커녕

배고프다잉. 밥 좀 차려라.”라고 하셨다.


싸늘한 내 표정을 재빨리 읽은 남편은 며느리가 밤새 수유하느라 잠을 잘 못 잤으니 자기가 차리겠다며 이모님이 해놓고 가신 반찬들을 꺼내 상을 차렸다.


어머니는 식사를 다 하신 뒤에야 아이 곁으로 오셨다.


“ 어머니, 애기 한번 안아보세요.”


어머니는 아기를 안고 아기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셨다.


“ 얘는 남자냐, 여자냐,”

“ 임신 때부터 말씀 드렸잖아요. 여자아기에요.”

“ 꼭 남자같이 생겼다잉. 누구 닮아서 이렇게 못 생겼다냐.”



주변에서 남편이랑 붕어빵이라던데…


아무튼! 어머니 손녀인데 왜 말을 저렇게 하시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기를 보면서 덕담은 커녕 못 생겼다는 말만 하신 어머니는 당신의 발을 아기가 누워있는 겉싸개 밑에 비벼 넣으셨다.


“ 어머니… 그래도 아기 이불인데.. 따로 이불 갖다드릴까요?”


하지만 발을 빼긴 커녕 당신이 궁금한 내용을 쏟아내기 시작하셨다

( 난 시어머니께서 계속 아기 이불에 발을 넣는게 싫었고, 시어머니의 꺼칠꺼칠한 발을 피해 아기를 품에 안았다.)


“ 일하는 아줌마한테는 얼마 주냐.”


“ 산후도우미 이모님이요? 일주일에 80만원정도 드려요.”


시어머니는 팔짝 뛰셨다.


“ 왐마!왐마! 시상에! 저 사람이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만큼 돈을 주냐잉? 차라리 그 돈 나 줘라! 산후조리 그거 내가 해줄라니까.”


“ 어머니, 도우미 이모님께서 미역국만 끓여주시는 게 아니라 남편 반찬도 다 해놓으시고, 제가 먹고 싶은 것도 다 해주세요. 또 청소도 다 하시고, 애기도 씻겨주시구요. 저 마사지도 해주세요. 그리고 요즘은 다 이렇게 산후조리 해요. ”


“ 오메.. 세상 좋아졌다. 나 때는 밭메다가 애기낳고, 애기 낳으면 미역국 먹으믄서 3일만 누워있다가 밭메러 가고 그랬는디.”


“ 요즘 그러는 사람이 어딨어요. 어머니..”


“ 으메으메.. 돈 아까워 죽겄네잉..”


난 그 때. 마치 남편이 뼈빠지게 힘들게 번 돈으로 호의호식 하는 된장녀가 된 기분이었다.


시어머니는 우리집에 오셔서 식사 후 아기 얼굴은

10분도 채 들여다 보시지 않으셨고, 수유 의자로 사둔 등받이 좌식의자가 마음에 드시다며 내 수유의자를 챙겨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다.


우리 가족은 며칠 뒤 남편은 새로 발령이 나 시댁과 제법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그래, 잘된거야! 조금 거리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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