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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Aug 29. 2023

[국제연애 성공담] 미국 남자와 한국 여자 0-3

친구인 너를 만나고 족쇄에서 벗어난 날

드디어 오늘은 Zach를 만나는 날.

나만이 신난 게 아니라 외국인 친구 겸 선생님을 만들고 싶다며 그렇게 난리였던 남자친구도 신났었다. 어제까지는. 분명 오후 2시 반에 역 근처로 같이 마중 나가기로 했는데, 아직 꿈나라다. 그럴 만도 하지, 오전 6시에 잠들었으니까. 픽업이야 혼자 하면 그만이지만, 그건 둘째치고 Zach를 만나기 전에 부인과 병원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만 하다, 그냥 그에게 출발하겠다는 연락을 보냈다.


Zach는 아주 시간 약속에 철저한 사람이다. 약속시간 10분 전인데 벌써 지하철 출구로 나오고 있다는 연락이 온다. 서로를 알아볼 리 만무하니 본인은 검은 청바지에 재킷을 입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여준다. 그냥 출구에서 기다려도 될 텐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냐 물어보길래, 'Just stay there! I'm on my way!'라고 못을 박아두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회색 재킷에 체크무늬 남방이라고 사진을 보내주니, 그도 인상착의를 보내주었다. 셀카 참 못 찍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마스크를 낀 외국인. 그에 더해 'Cowboy boots'라고 신발까지 알려주는 그.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약속시간 5분 전, 이제 거의 다 와가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장난기가 많은 그는 'Too late!'라는 말을 툭 던지길래,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마주친 그는 영락없는 외국인이었다.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 어디로 가야 하냐는 그의 질문에 나는 사실 오전에 병원에 다녀와야 했는데, 늦잠을 자서 그러질 못했다며 먼저 병원에 다녀와야 하니 혹시 카페에서 잠깐 기다릴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본인도 병원에 같이 따라갈 수 있다고, 괜찮다고 한다. 불편할까 봐 부인과 병원이라고 한번 더 거절했지만 굳이 같이 가겠다길래 그러자고 했다.


산부인과에 외국인이랑 둘이 같이 간다니. 이상하잖아. 그래도 같이 가준다는데 억지로 만류하기 어려워 같이 갔다. 로비에 들어서자 날 이미 알고 있는 간호사분들이 궁금해하는 눈치다.


"안녕하세요, 재진이에요."

"어머 안녕하세요 미카 씨, 접수해 드릴게요."


로비에서 잠깐 기다리다 예진실로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남자친구냐며 물어보는 간호사 선생님들. 아니 그게 아니라, 친구인데 남자친구가 지금 자고 있어서 같이 와준 거라고 설명을 하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질문은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진료를 마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집으로 향한다. 아마 남자친구는 아직 잠든 상태겠지. 어색하니까 이것저것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나,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최근에 본 영화가 뭐냐고 하니까 정말 오래되었다며 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미나리'라는 한국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 그 이민 2세대를 다룬 영화. 집에 걸어가는 십여분 동안 그래도 덜 어색하겠구나 싶다.




Now

첫 만남에 남편의 호감도를 크게 올려줬던 일은 역시 나와 함께 산부인과에 같이 가준 일일 테다. 물론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그는 내가 병원에 갈 일이 있다면 괘념치 않고 항상 찰떡같이 같이 가준다. 아직은 이른 이야기지만 추후에 내가 임신과 유산을 겪었을 때, 수술 후 보호자 침대가 없는 병실에 입원했음에도 굳이 집에서 이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나와 함께 잠들고 다음 날 내 손을 잡고 퇴원했다. 그제야 나는 이 사람이 정말 내 사람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같은 마음이었던 거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갈 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Zach가 도착했다고 알려줬다. 그제야 부랴부랴 잠이 가득한 목소리로 일어나서는 옷을 갈아입겠단다. 그새 집에 도착해 문을 여니 새집 지은 머리를 한 남자친구가 수줍게 "Hi." 하며 반겨준다. 어색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웰컴드링크로 탄산음료라도 쥐어준 뒤 뭘 해야 할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그가 한국 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어보았는지 궁금한 모양인지, 조금 이따 저녁 시간에 파전을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는 흔쾌히 뭐든지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다며 그러자고 했다. 다행히 점점 어색한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거 같다. 


그때 Zach가 가방을 열어 선물이라며 보여주었다. 여기서 풉 하고 또 웃음이 나왔다. 일품진로와 과일소주 그리고 깔루아와 주류들. 아휴, 이 알코올쟁이. 남자친구는 그저 신이 났다. 여기서부터 어색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져 갔다. 술을 뭐랑 먹어야 할지, 한국의 술 문화(1차, 2차) 이야기가 이어진다. 거기에 이어 남자들끼리 당구 얘기도 하고, 게임 이야기도 하고, 군대 이야기도 하고. 수다를 떨다 식당으로 향할 시간이 다 되었다.


동네 파전 집에 도착한 우리는 외국인이니 만큼 혹시 막걸리 먹어봤냐며, 막걸리 안 먹어봤으면 먹어보라고 권했다. 의외로 그는 막걸리를 무지 좋아했다. 그렇게 1차를 가볍게 끝내고 온 뒤, 나는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여 2차를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주량이 약해 무알콜 맥주로 전환하고, 우린 그냥 술을 즐기고. 술이 들어가자 우리는 이번에 본토에 돌아가는 일이 무슨 일 때문이냐며 슬쩍 물어보았다. 사실은 본토에 있는 전처와 이혼서류를 접수하러 간다고 했다. 전처의 불륜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는 없다며 그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갑자기 남자친구가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지 그를 꼭 안아주었다. 술이 들어가니 영어로 대화도 어느 정도 원활하게 할 수 있더라.


마침 깔루아로 초콜릿 셰이크를 만들면 맛있다는 Zach의 말에 우리 셋은 편의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사다 칵테일도 해 먹었다. 그쯤 취기가 확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새벽 4시는 너끈히 넘은 시간이었을 테다. 서재방에 그의 이부자리를 깔아주고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나도 모르게 그에게 뽀뽀를 해버렸다. 술에 너무 취한 나머지 내 자의식이 올라온 거겠지. 당황해하는 그에게 내가 유럽식 인사를 했다며, 술이 취해서 그렇다고 사과하고 남자친구에게도 해프닝이라며 이야기해 줬다. 질투심 많은 남자친구지만 그래도 솔직히 이야기하는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래, 나는 아직 이 사람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지나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늦게서야 일어나 둘을 위해 북어해장국을 끓여주었고, Zach는 미국인인데도 맛있게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이제 그가 돌아갈 시간이다. 이번에 그가 미국에 가는 이유는 아이들 생일도 겹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 나와 남자친구는 아이들을 위한 생일 선물을 간단히 준비해 그에게 건네주었다.


Zach가 떠나고, 남자친구는 그 친구가 마음에 든다며 다음에 얼른 보면 좋겠다고 한다. 미국에 다녀온 뒤에 다시 만날 약속을 잡자며 세 사람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을 만든다. 다음 만남은 어떻게 될지, 단지 남자친구의 영어 연습 상대로가 아니라 친구로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Now

당시에 만나던 남자친구가 남편을 그리 좋아하는 걸 보고 나도 함께 행복했다. 늘 어울릴만한 친구가 없다며 툴툴대었던 남자친구이기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친구로서 내 남편이 정말 적격이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Well-listener. 자신의 상처가 그렇게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남편에게 고마울 뿐이다. 남편은 지나간 그 이의 투정도 다 받아주었다. 아, 그리고 내가 취중에 했던 뽀뽀는 내 무의식에서는 점점 남편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는 사귀는 사이가 되기 전까지는 가벼운 허그 외에 전혀 스킨십이 없었지만, 아마 그때 나는 촉이 왔을지도 모른다.




그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나는 남자친구와 큰 싸움을 했다. 물론 더 큰 싸움은 그 전달에 일어난 일이다. 싸우던 도중에 집을 나가려는 남자친구 바짓가랑이를 잡다 내가 머리와 온 얼굴, 몸을 가격 당해 기절해 버린 일이다. 견디다 못해 신고했는데 경찰이 찾아와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에, 나는 그저 고소하지 않겠으니 경고만 해달라는 말만 했었다. 이게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 이전에는 단기 기억 상실도 왔었다. 하지만 나는 헤어질 수 없었다. 이번에 한 싸움은 육탄전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또 집을 나가 밖에서 소주 몇 병을 사서 먹고는 내가 잠든 사이에 집에 들어와 잠들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친구를 만들어 준 건데, 왜...


속상한 마음에 곧 비행기가 뜰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Zach에게 오늘 일어난 일, 그리고 이전에 일어난 일을 언급하며 고민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비행기 착륙 후에도 와이파이 이용권을 구매해 나와 이야기를 쭉 나누었다. '내가 네 남자친구를 판단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네 입장도 있으니까 속상한 일이 있다면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나는 너희 관계가 어그러지는 걸 원하지 않아.'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때부터였을까, 나는 그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계속 꿈틀꿈틀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데이트폭력과 이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헤어져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견디다 보면 괜찮은 날이 오겠지. 그래도 이제는 솔직히 이야기할 친구가 하나 있으니 다행이다.


미국에 도착한 Zach는 나에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둘이 찍은 셀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 사진도 함께. 괜스레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그가 미국에 한 달 체류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어머니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친구 이야기. 특히 아이들의 생일날에 남자친구와 나는 그와 영상통화를 하며 아이들을 비추는 카메라를 보고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그가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나는 그와 수다를 종일 떨었다. 더 이상 나를 돈 버는 기계, 그리고 밥 해주는 기계로 보는 남자친구에게 내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바보같이 애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미국에서 돌아온 Zach와 우리는 1-2주에 한 번 만나 셋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칵테일바도 가 보고, 둘이 당구 배틀도 벌여보고. 그리고 집에서 부대찌개를 만들어 같이 먹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술에 잔뜩 취한 남자친구가 엉엉 울며 그에게 죽지 말라며 안아주기도 했다. 술이 과했는지 그러고선 바깥으로 나가 구토를 하는 남자친구를 보더니, 그는 당장 밖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해 주고 아이처럼 달래주며 침대에 눕혀주었다. 그는 항상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




Now

나도, 내 남편도 그때를 회상하면 참 내 삶이나 그의 삶이나 Shitty 한 날들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전 남자친구의 온갖 요행을 다 받아주었고, 절대 그를 판단하려 들지 않았다. 연애사에는 간섭하는 게 아니라며. 나는 그런 그가 좋았다. 그래서 더욱 나는 그와 사귀는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5월의 어느 날, 어김없이 남자친구와 큰 다툼을 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내가 집을 나가려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더 이상 그에게 물리적 폭력을 당하기 싫을뿐더러, 이제는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집을 나가지 않는 이상 그를 좋아하고 챙겨줄 테지만, 내가 필요 없다면 나의 삶에 남자친구라는 존재는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내가 나서려는 그를 붙잡지 않자 그는 처음으로 가출 때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짐을 챙기기 시작하더니 커플링조차 빼 버리고, 이제는 끝이라며 내 자취방 문을 나섰다. 아,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제 이 폭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우선은 실연이라는 생각에 이제까지 정들어온 마음이 너무 아파 그저 울기만 했다.


그렇게 여느 실연과 다를 것 없이 하루이틀 곡기를 끊고 살다가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Zach에게 연락했다. 실연당했다고. 그러니까 내 절친과 함께 술이나 마시지 않겠냐고. 그는 흔쾌히 수긍했다. 그리고 안 그래도 네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네가 항상 이기적이라 힘들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사실 너희들이 헤어질 것 같았지만 자신이 어떤 영향도 미치기 싫었기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랬구나. 실연의 아픔이 점점 씻겨져 내려가는 듯했다. 남자친구는 결국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내가 일상적으로 그를 위해 하는 일들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구나.




Now

지금 생각하면 나는 정말 바보였던 거 같다. 처음 데이트 폭력이 있었던 그 순간에 헤어져야 했었는데, 그걸 이렇게 질질 끌고서야 내가 실연당할 때까지 버티다니. 멍청하다. 지금도 남편은 물러터지고 멍청했던 나를 종종 놀린다. 자신 외에는 멀쩡한 남자친구가 없었지 않았느냐고. 동의하냐고? 100% 동의한다. 나는 그저 그들의 트로피 내지는 성관계를 가지기 위한 인형이자 샌드백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주말이 되기까지는 정신없이 일만 하면서 보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슬프지도 않았고, 내 인생에 남자는 없다는 생각만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왕 한 번 사는 인생, 즐거운 삶을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 토요일 약속시간 조금 전에 절친과 미리 만나 술집 근처에서 요깃거리를 하며 기다렸다. 절친은 나와 거의 7년은 알고 지낸 사이라 폭력적인 남자친구와 끝내길 잘했단 이야기부터, 이제는 전 남자친구가 된 그와 함께 동거하기 시작했을 때 짐 나르는 것도 도와줬던 친구라 그때부터 영 조짐이 좋지 않았지만 내가 고집이 세기에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완전히 친구였던 우리 사이를 질투했던 그 사람 덕에 내게 쉬이 연락조차 하지 못했고 폭력이 계속될 줄도 몰랐다며 미안하다는 얘기만 들었다. 그래도 이제는 벗어나서 다행이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저녁이 될 무렵 Zach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손을 흔드는 나에게 그는 어색한 인사를 건넸고, 내 친구와도 통성명을 나눴다. 내 친구는 꽤나 쾌활한 타입이라 낯선 사람이라도 어울리는 걸 어려워하지 않아서 다행히 칵테일바에 들어선 이후로는 신나게 술도 마시고, 다트도 던져서 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나도 정신을 놓고 술을 들이켠 만큼 집에 돌아가기에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을 새우자니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건 이제 못 할 것 같고, 지하철을 타자니 제정신으로 집에 갈 자신이 없고, 택시를 잡아서 집까지 가기에는 택시비가 적어도 몇 만 원은 나올 텐데, 그러기에는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집에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온갖 생각을 할 때쯤 그가 내가 너무 취기가 올라 보인다며 집에는 못 갈 거 같아 보인다고 호텔을 잡을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술이 약간 깨서 아니, 그래도 우리 그냥 친구인데 어떻게 그러냐고 정색을 하자 트윈베드에서 따로 잘 테니 걱정은 말라고 한다. 그래, 뭐 믿어봐야지 어쩌겠어. 여기서 만약에 날 건드리면 친구도 아닌 사이가 되는 거겠지. 절친도 그렇게 하라며 그를 믿는 눈치였다. 취기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인데도 한 잔만 더 마시고 가자는 나에게 'Nope.'라고 말하며 그는 나를 부축해 호텔로 향했다.




Now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과 저 정도 술을 마실 수 있었던 건 그때 친구도 동석했기 때문이고, 이제까지 함께 행아웃 하며 쌓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어째선지 그가 호텔에 가더라도 엄한 행동은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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