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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Jun 12. 2024

입원 권유

“우리 지금 같은 공간에 있는 거죠? 같이 있는데 또 멀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점점 더 궁금해지고 걱정이 되네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마다 정해진 역량이 있잖아요. 근데 사실 이렇게 명확한 외적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이 힘든 걸 3년이나 끌고 왔다는 것 자체가, 저는 최선을 다 한 거라서. 이제는 못하겠어요”

“없다고 하니 제가 반박하거나 그럴 거는 없고, 네, 열심히 자영씨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해왔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는 부분인데. 그래서 자살 시도를 하신 건가요? 그래도 제가 최소한이라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되지 않을까요?”

“근데 어쨌든 안 죽었잖아요“


-


“별로 말을 안 하고 싶었어요”

“예전같으면 이런 일이 있었다면 무엇보다 먼저 얘기하셨을 것 같아서. 그런 게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제가 깜짝 놀라고 덤덤하게 이야하시고 그랬던 것 같은데 오늘은 좀 달라서. 뭐가 달라진 건가요?”

“선생님한테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요”

“너무 걱정스럽네요. 무슨 일이 또 생길 것만 같고.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진 느낌이 드시는 거죠? 저도 지금 불안한 마음이 들거든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자영씨?”

“..뭘 해야 되나요?”

“그래도 입원 치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될 것 같은 무언의 그런 것 때문에 고민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자살 시도와 무망감이 강한 상황이잖아요. 우울감이 매우 심하고 최근에 좀 지친 것도 있고. 좀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학생들 시험기간이에요”

“한번 생각을 해보시죠 입원 치료에 대해서. 지금은 시험시간이 걸려서 그렇다면 시험이 끝나거나 상황이 바뀌면, 지금 자기 학생들은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잖아요. 사실은 내가 이렇게 위태위태한데 학생들에게 그게 같이 전해질 수도 있거든요. 한번 저울질을 해보세요. 그리고 가족이랑도 같이 논의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무슨 마음으로 이 삶을 버텨내고 있는지, 상상조차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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