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요, 아이슬란드? - 여행의 시작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내일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나날을 보내던 시간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무엇이든지 더 하고 싶던 그때, 우연히 TV에서 아이슬란드 여행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그날 TV로 보았던 아이슬란드, 특히 굴포스는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서는 내 몸의 일부가 된 듯 늘 내 삶에 존재했다.
언젠가는 저곳에 가리라! 그날 이후로 아이슬란드는 내 삶의 지향점이 되었다.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등대 불빛처럼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이때가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10여 년 전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몇 년이 지나면서 내가 과연 그곳에 갈 수 있을까 하고 약간 회의가 드는 때가 있었다. 그래서 조카에게 선언을 해 버렸다. 삼촌 아이슬란드 갈 거니까 같이 가자고! 이때가 2017년이었다. 그 당시 항공권을 검색해 보니 수백만 원이었다. 세 명이 가려면 상당한 비용이 드는 상황. 일단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으니 돈부터 모아야 했다. 그리고 아이들 대학 입시를 고려해 보니 아무래도 2022년이 제일 적당할 것 같았다. 돈도 한 6년 모으면 될 거 같고, 첫째 조카는 그땐 대학생, 둘째는 중3이니 둘 다 입시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딱 적기였던 셈이다. 적금을 들고 돈을 순조롭게 모으던 중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어머니 병원비로 목돈이 필요했던 적이 있었는데, 운 좋게 재테크로 어머니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어서 여행비용은 고스란히 지킬 수 있었다. 그것보다 진정한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의 문을 꽁꽁 걸어 잠가 버렸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전 세계적 대유행은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3년 차로 접어들던 2022년 초, 감염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그 시기에 오히려 전 세계는 서서히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하나둘 여행자에 대한 빗장을 풀기 시작했고, 3월경 아이슬란드 역시 입국자에 대한 의무 자가격리 조치를 해제했다. 이제 바로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