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내리는창가 Aug 18. 2023

여행의 준비

떠나볼까요, 아이슬란드? - 여행의 준비

1년 중 어느 시기에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성격이나 대상지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아이슬란드의 최고 히트상품인 오로라를 보려면 겨울이어야 하는데 조카가 아이슬란드에서 꼭 보고 싶어 하는 퍼핀은 여름 철새이다. 오로라와 퍼핀 사이에서의 선택. 그래도 결국은 오로라였다. 그렇지만 아이슬란드의 겨울 추위는 너무 혹독하기에 선뜻 겨울에 가기도 쉽지는 않을 듯했다. 그래서 우리는 9월에 아이슬란드에 가기로 했다. 운이 좋으면 9월 초에도 오로라는 볼 수 있으니까. 

나는 해외여행을 두어 차례 다녀온 적은 있지만 모두 단체의 소속으로 따라간 것이었다. 단체에서 요구한 것 제출하고 나면 다 알아서 해주니 그냥 갔다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항공권 예약에서부터 숙소, 차량, 동선, 식사까지 모두 준비해야 했다. 항공권은 팬데믹 기간 동안 내가 알던 가격의 1/3 가량으로 떨어져 있었다. 예산을 엄청나게 절감할 수 있어서 내심 만족하고 있었는데, 입국자 의무자가격리가 해제된 얼마 후 검색해 보니 수십만 원이 올라 있었다. 더 오르기 전에 항공권을 손에 넣어야 했다. 바로 예약을 하려 했는데 시작부터 시행착오였다. 항공권 예약을 처음 해봐서 예약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는 기초적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아이들은 여권이 없었다. 여권을 만드는 데는 대략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 그 사이 항공권 가격은 또 수십만 원 올라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항공권 가격을 보면서 정말 여행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예약한 항공권은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서는 1.5배 이상 비싼 가격이지만 예전의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가격에 구입했으니 비교적 괜찮은 가격에 획득한 것이지만 팬데믹 시기의 가격이 생각나 왠지 손해 본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임박해서 다시 한번 검색을 해보니 항공권은 예전 가격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내심 흡족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그다음 할 일은 여행일정을 계획한 후 동선을 짜고 그에 맞게 숙소를 예약하는 일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아이슬란드 여행 프로그램은 샅샅이 봐 온 나로서는 어디를 가 볼 것인지는 대략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위치를 파악한 후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골든서클과 링로드 투어라는 큰 틀은 유지한 채 여행지점과 지점 사이의 거리와 소요 시간을 확인한 후 한 지점에서 머무는 시간까지 반영해서 하루일정을 정하고 근처에서 숙소까지 예약을 해야 했다. 그런데 어중간한 지점에서 어중간한 시간에 일정이 끝나는 경우가 생겨서 일정을 짜기가 쉽지 않았다. 적당한 곳을 새로 집어넣거나 눈물을 머금고 일정에서 빼가며 하루하루 여행계획을 완성해 나갔고 그러는 사이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져 갔다. 결국 9일간의 대장정 계획이 완성되었다. 하루에 몇백 킬로미터씩 수천 킬로미터를 혼자 운전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지만 몸은 마음의 지배를 받는 법. 날아갈 듯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해나갈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조카들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숙소였다. 가장 이상적인 건 당일의 마지막 여행지와 다음날 첫 번째 방문 장소 사이에 숙소를 구하는 것인데 방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9월은 분명 비수기인데 예약이 다 되어 있거나 초고가 호텔만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다음날 첫 여행지를 수십 킬로미터 지나쳐 숙소를 잡고 다음날 아침에 되돌아오거나 반대로 마지막 여행지에서 거꾸로 되돌아가서 숙소를 잡아야만 했다. 때문에 여행 일정을 다시 조금 손봐야만 했다. 그나마 그렇게 잡은 숙소도 비교적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가격은 국내와 비교하면 대략 4배에서 6배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물가가 싸지 않은데 아이슬란드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자동차 렌트는 나의 준비부족으로 최종 확정까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외국에 나가서 이런 외제차도 한번 타본다며 신이 나서 미국산 유명 승용차를 렌트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4륜 구동차가 아니면 하이랜드에 진입할 수가 없고, 진입이 허용되지 않은 길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보험처리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하이랜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비포장 도로겠거니 했는데 우리 일정에는 비포장도로가 꽤나 많이 있었다. 비포장 도로에서 유리파손이나 차량 외부 훼손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아이슬란드의 사정상 우리의 여행일정을 소화하려면 4륜 구동 차량이 필수였다. 렌트 회사에 메일을 보내 차량 교체를 요청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상에 렌트 가능하다고 한 차량을 요청하면 번번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알고 보니 반납 장소 변경 때문이었다. 처음에 차량 교체를 요청하며 반납 장소 변경을 함께 요청했다가 두 번째 메일에서 바로 원래대로 하겠다고 메일을 보냈지만 이를 확인 안 한 직원은 반납장소 때문에 번번이 불가 답변을 보낸 것이다. 나중에서야 불가 답변 이유를 알아차린 내가 원래대로 공항에서 반납하겠다고 메일을 보낸 이후에도 수차례 같은 이유로 불가 답변을 받을 때는 정말 난감하기까지 했다. 그 뒤로도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4륜 구동으로 변경에 성공을 했다. 보험도 풀패키지로!! 


이전 01화 여행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