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요, 아이슬란드? - 여행 0일 차
비행기 출발은 밤 10시경이었다. 저녁 시간에 도착한 인천공항은 아직 한산한 편이었다. 여행의 설렘이 폭발하는 때가 몇 번 있는데 난 그중 공항에 있을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머릿속엔 온통 여행지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고 온갖 기대감에 들떠 있으니까.
이번엔 워낙 먼 곳이고 오래 꿈꿔온 곳이라 약간의 기분 좋은 긴장감까지 더해져 더 설레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들뜬 나머지 큰 사고를 칠 뻔했다. 간식으로 빵을 사 오면서 지갑을 빵집에 그대로 두고 온 것이었다. 돈 한 푼, 신용카드도 없이 아이슬란드 땅에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행히 탑승전에 알아차리고 급히 서둘러 빵집에 갔더니 직원이 챙겨두고 있었다. 빵집으로 지갑 찾으러 갈 때 그 조마조마했던 심정이란!
드디어 인천 공항 이륙! 아이슬란드는 정말 먼 곳인데 전쟁으로 러시아 땅을 돌아가다 보니 한층 더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가는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좌석에 설치된 모니터로 비행 항로를 체크해 가며 가는 내내 들떠 있었다. 기내식도 맛있게 먹으며!
오랜 비행 후 헬싱키에서 환승을 했다.
헬싱키공항 내에는 안내표지판이 4개 국어로 되어 있는데, 영어 이외의 나머지 3개 국어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였다. 아시아 3개국의 국력의 상징인지 아니면, 영어 못하는 세계 3대 국가의 표본인지 애매했지만 한국어 안내 표지판에 괜히 기분이 으쓱해진 건 사실이다. 예쁘게 장식된 터미널 구경도 하고 탑승 게이트 창문 밖으로 우리가 탈 비행기도 보면서 눈앞에 다가온 아이슬란드에 점점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헬싱키에서 아이슬란드 까지는 고도가 그리 높지 않게 비행을 했다. 창문 밖으로 볼 수 있는 노르웨이 피오르의 해안선은 이번 여행의 덤이다.
긴 시간의 비행 후 드디어 창 밖으로 아이슬란드 땅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비행기 창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는 여행 3일 차에 비가 오는 걸로 돼 있었는데 내려보니 빗방울이 꽤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공항에서 유심과 맥주 한팩을 산 후 픽업 나온 렌터카 회사 차를 타고 렌터카 회사까지 이동했다. 우리가 렌트한 차량은 루마니아산 4륜 구동 차량인데 승차감이 꽤 좋은데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아이슬란드 렌터카 시장의 베스트셀러인 듯했다. 도로에는 온통 그 차만 다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예약을 변경하며 풀패키지 보험도 다 결재를 했는데 렌터카 사무실에서는 내가 커버리지 범위가 낮은 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 카드 결제까지 다 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예약서류에는 낮은 범위의 보험가입이 기재되어 있었다. 풀패키지 보험 가입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애초 예약할 때는 보험증서도 다 받았지만 메일로 변경하면서 추가 결재만 하고 서류는 받지 못했던 나의 불찰이었다. 사고 발생이 빈번한 데다 사고처리 비용이 어마어마한 아이슬란드 상황을 고려하면 풀패키지 보험 가입을 위해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기분이 상당히 나빴지만 돈 때문에 내 인생의 꿈을 망쳐버릴 순 없으니 털어버리기로 했다. 이제 차도 찾았으니 본격적으로 여행에 돌입이다. 출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