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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Aug 16. 2024

프롤로그 - 박물관에 가면

수요없는 공급자


예전부터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고,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고, 정돈되지 않은 곳에선 에너지가 빨리 없어진다. 요샛말로 하자면 대문자 아이(I) 되시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곳만 찾아다닌다.


예전부터 박물관에 가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왜냐하면 박물관엔 사람이 없으니까. ^ ____ ^

박물관에 있는 학예사 선생님들이 들으면 슬퍼할 소리지만, 난 박물관에 사람이 적어서 좋다.

사람이 적어서 박물관이 좋은 건지, 박물관을 좋아하는데 사람이 적어서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박물관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고즈넉하게 오래도록 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운인가.


사람들과 부대끼는 걸 싫어하지만,

내가 아는 것을 말하는 건 굉장히 좋아한다.

참으로 모순된 인간이다..


박물관이라는 곳이 공공의 영역이다 보니, 사람이 적다 하더라도 사람은 늘 드나드는 곳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고즈넉하지만, 가끔 시간 때를 잘못 맞추면 북적북적 사람이 모여든다. 그럴 때 가끔, 전시물에 대한 사람들의 감상평이 귀에 들리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전시물에 대한 단편적인 평

  - 우와, 엄청 잘 만들었네! 혹은

  - 이런 것도 있었구나. 혹은

  - '집에 언제 가요?'인데,


간혹 전시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서서 '그건 이런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라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구요, 이 전시물을 보고 나시면 저쪽 걸 같이 보셔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해주고 싶다.


수요 없는 공급.


하지만, 박물관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극강의 I이기 때문에 간질거리는 입을 꾹 부여잡고 장승처럼 서있거나, 조용히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


사실 박물관에서 이런 경우는 적고(라고 쓰자니 좀 많았던 것 같다), 대부분 혼자서 상상을 하면서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전시된 유물을 사용했던 그 시대, 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어떤 대화를 했을까 하는 그런 상상들 말이다. 아주 쓰잘데기 없지만 웃긴 그런 상상들.


입이 간질거렸던 수요 없는 공급, 쓰잘데기 없지만 웃긴 상상들을 여기에 한 번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추천하기는 부끄럽고, 시간이 너무 남아서 지구멸망만 기다리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라.

지구멸망의 시간이 가까워질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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