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상처는 칼이 되었다

사랑이 만든 괴물

by 선하게




그녀의 상처는 칼이 되었다.

반복되는 폭력의 구조 속에서,

아이는 누구의 얼굴이 되어가는가

그리고 지금,

그녀는 자기 딸 또한

자기처럼 만들고 있다.

때로는 매를 들고,

때로는 감정을 조이는 말로.

딸은 아직 어리지만,

이미 눈치를 보며 말하고,

사랑받기 위해선 침묵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아이를 그렇게 키워야 버릇이 안 나빠져.”

“요즘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말속에는

상처에 대한 반성도 없고,

폭력에 대한 죄책감도 없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릴 때 엄청 혼났어.”

“지금 애들은 말이 안 통해.”

그 말 안엔

정확한 고백도, 책임도 없다.

그저 자신의 방식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슬쩍 전제하는 분위기만 깔린다.

그래서 더 무섭다.

상처를 고백하는 듯하면서,

폭력을 은근히 정당화하는 방식.

그녀는 그걸

훈육이라 믿는다.

그녀는 자주 말했다.

어릴 적 통금은 9시였고,

늦으면 매를 맞았고,

심하게 맞은 날은

턱뼈가 돌아가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고.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정말 그런 폭력을 겪었다면,

왜 지금 그녀는

그 기억을 딸에게 고스란히 되돌리고 있는 걸까.

그녀는 피해자였다.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가해자다.

말로, 눈빛으로, 손으로,

그리고 자기 딸의 삶 속에

침묵과 위축을 새기고 있다.

나는 안다.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걸.

하지만

그 상처를 들고 누군가를 찌르기 시작하면,

그건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칼이다.


그녀는 시댁에서 완벽히 연기한다.

세상에서 제일 딸을 아끼는 엄마처럼.

늘 손을 잡고, 칭찬하고, 다정한 말투로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손이 때로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 칭찬이 얼마나 연기인지.

그 미소가 얼마나 ‘보이기 위한 것’인지.

그리고 아무도 묻지 않는다.

딸의 말이 왜 점점 줄어드는지,

왜 자꾸 손톱을 뜯는지,

왜 작은 발가락까지

피가 날 때까지 만지작거리며 가만히 앉아 있는지.

그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은

뜯은 흉으로 가득하다.

나을 틈도 없이 계속된 흔적들.

거칠고, 아파 보인다.

그건 아이의 몸이 대신 말하는 비명처럼 느껴졌다.

그 아이는 날 따르고 좋아한다.

내가 오면 항상 내 옆에 붙어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작은 발걸음으로 내 보폭을 맞추며 걷는다.

그건 단순한 호감이 아니다.

그 아이는 느끼고 있는 거다.

내 옆에선 혼나지 않을 걸.

내 옆에선 숨 쉬어도 괜찮을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 아이는 지금,

조용히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말 대신, 손끝으로.시선 대신, 발걸음으로.

지금 우리 집은

그녀로 인해 늘 가시방석이다.

모두가 그녀의 잘못을 안다.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나는 몇 번이고

그녀의 거짓말을 들추기 위해 맞섰다.

하지만 그녀는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넘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빠져나가고,

말을 바꾸고,

자신을 약자처럼 포장하는 데 능숙했다.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피해자로 세팅하고,

우리 모두를 가해자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자기처럼 만들려 한다.

자기 방식대로 말하게 하고,

자기처럼 둔감해지고,

자기처럼 무감각해지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혼자만 이상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녀의 틀림이 더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보며 배운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도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다.

그 신념이 이미 잘못된 것임을

아예 의심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그녀는 멈추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답습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그 고통의 다음 차례는

그녀의 딸이다.



말보다 오래 남는 감정을 씁니다.

각기 다른 시선에서, 당신의 마음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