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둘셋 Jun 03. 2024

"도대체 왜 맨날 직원들과 붙어 다니는 거야?"

친한 동료 팀장과의 대화다.


나: 도대체 왜 맨날 직원들과 붙어 다니는 거야?

동료: 직원들이 나랑 같이 있는 거 좋아해. 

나: 그럴 리가!

동료: 내가 밥도 사고 술도 사고, 회사의 중요한 정보도 공유해 주고 그러니까 다들 좋아해!


처음 팀장을 맡는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제 막 팀장이 된 이 친구도 직원들로부터 '우리 팀장님 좋아요!' 소리를 듣고 싶은 욕구와 다른 팀장들로부터 '그 팀은 분위기가 참 좋네요.'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바람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친구의 옆에 붙어서 내도록 잔소리를 했다. 네가 아무리 애써도 팀원들은 팀장 욕을 할 것이고, 그건 애초에 팀장과 팀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며, 팀원들과는 되도록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 친구도 내 말을 흘려 들었고 '내 상황은 너랑 다르다'라며 끝없이 팀원들에게 다가섰다. 결과는 '폭망'이었다. 친구의 팀원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팀장 욕을 노골적으로 했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한테도 들려왔다. 급기야 팀원들은 팀장과 큰소리를 내며 싸우는 걸 주저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친구는 크게 실망했고, 얼마 후 새로운 팀을 맡게 됐을 때는 "그동안 느낀 것도 많고, 이번에는 정말로 팀원들과 거리를 둘 거야."라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점심, 저녁을 팀원들과 함께 하던 것에서 저녁만 함께하는 것으로 바뀐 정도라서 내 눈에는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크고 작은 갈등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그러게 팀원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는 거 도움 안 된다니까..'라고 했는데, 친구는 "그런데... 너무 대화를 안 해도 팀원들이 싫어해..."라고 답을 한다. 


친구는 '팀원들과 거리를 두'라는 나의 얘기를 '팀원과 거리를 두면 팀원들이 팀장을 좋아할 것'이라는 뜻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끝내 '좋은 팀장'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으니 그런 해석이 나왔을 터다.


팀장이 팀원들과 가까이 지낸다는 건 팀장이 모임을 주도한다는 의미이고 그 대부분의 시간을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것은 또한 팀장이 자신의 기분을 드러내기 쉬운 환경이라는 뜻이고 많은 경우 팀장의 기분은 팀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는 팀장이라면 팀원들과 거리를 두는 게 좋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초급 팀장이라면 팀원과 거리를 둬야 하는 이유가 더 있다. 팀장이 되면 생각보다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감당해야 할 것은 그보다 더 많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피할 수 없다. 좋은 팀장은 고사하고 기본만 하려 해도 갈 길이 멀다. 그런데, 처음 팀장을 맡으면 팀원들로부터 '좋은 리더'라는 소리를 듣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는 팀장으로서 배우고 감당해야 할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팀원들 눈치 보기에 매달린다. 


팀장이 된다는 건 새롭게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익숙하게 타던 세발자전거를 그대로 몰면서 뒤에 친구 한 명 태우고 '괜찮니?'라고 묻고 챙기면 그만이 아니다. 생전 처음 타 보는 두발자전거를 운전하면서 어느 길로 달려야 하고 얼마큼의 속도를 내야 하고 어디쯤에서 누구를 태워야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착할지를 가늠해야 하는 게 팀장의 일이다. 안 해봤던 일인 만큼 훈련이 필요한데, 나 역시 처음 팀장을 맡고 2~3년은 팀원 한 명 한 명의 눈치만 살피며 지냈었다. 그러한 시기가 길어질수록 나는 상급자든 하급자든 주위의 평가에서 뒤처져갔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다행히 좋은 선배의 끝없는 채근과 독려로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가 아프게 깨달았던 것들을 친구는 아프지 않게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팀원들과 거리를 두라는 건 팀원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자는 뜻이 아니라, 네가 팀장으로서 익힐 것들을 빨리 익히고 중심을 잡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야. 응?" 


일러스트 Kei from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팀장이 제 마음 편할 길부터 찾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