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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Sep 25. 2024

박수받으며 퇴사하는 법

What the Company Thinks #8

많은 직장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입사할 때만큼 퇴사할 때도 프로답게 하지 않으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Chapter 3. 는 직원의 입장이었다가 이제는 회사의 대표로 일하는 사람이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조언들을 엮었다. 직원의 입장일 때는 몰랐거나 이해 못 했던 부분들이 대표의 입장이 되니 새롭게 알게 되거나 달리 보이는 부분들이 엄청 많았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으니 회사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해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해보자.  


이번엔 (자발적인) 퇴사에 대한 회사의 관점이다. 8년 간의 회사 운영기간 동안 300여 명을 직접 채용했으며 그중 200여 명을 떠나보낸 것 같다. 한 사람이 모두 경험한 200개가 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는 것이라 신뢰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퇴사의 사유와 환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몇 개 케이스로 귀결되는 것 같다. 회사나 동료로부터 박수받으며 떠나는 아름다운 퇴사이거나, 양쪽에서 외면당하는 씁쓸한 퇴사이거나. 


씁쓸한 퇴사부터 보자. 외면당하는 퇴사는 보통 회사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발생한다. 일이 나와 맞지 않던지, 생각했던 것과 회사가 다르다던지 하는 이유로 하루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경우다.  


이럴 때 구성원이 보이는 행동패턴은 거의 유사하다. 입사할 때는 텀을 3주 정도로 길게 두고 입사했었는데 퇴사할 때는 당장 이번주까지만 나오겠다고 통보하는 식이다. 그리고 퇴사한 후에는 회사 평가를 쓸 수 있는 서비스(블xxx, 잡xxx)에 감정을 쏟아낸다.

   


이해한다. 아마 한 시간도 회사에 앉아있기 괴로울만한 사정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퇴사하는 회사에서 기억하는 모습은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다. 근무기간 중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냈어도 머릿속에 기억되는 스냅사진은 마지막 모습이다. 


문제는 떠난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레퍼런스체크가 많이 들어온다. 당신이 중요한 사람일수록 그렇다. 


나에게는 실제로 떠나보낸 사람들의 10% 정도 레퍼런스 문의가 들어왔다. 대표에게 들어오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팀장들에게 들어간 레퍼런스 문의까지 합하면 총 30% 정도는 될 것이다. 개인정보 이슈가 있을 수 있지만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막을 길이 없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 당신이 도망치듯 떠났을 때 그 30% 안에 들 수도 있다. 레퍼런스체크를 용이하게 해주는 유료서비스들도 출시되었기 때문에 빈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21%의 구직자들이 레퍼런스 체크 후에 회사의 채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통계도 있다. 


Source: Reference Hunter


스타트업 대표들은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 수시로 모임도 갖는다. HR담당자들도 마찬가지다. 지원자 이력서에 아는 회사 이름이 적혀 있으면 바로 전화를 걸어서 평판을 물어보게 된다. 


스타트업 업계뿐 아니라 회사의 규모에 관계없이 특정 업종, 특정 직군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네트워크는 굉장히 좁다. 한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헤드헌터에게도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그 사람의 평판이다. 



레퍼런스체크를 간과하지 말자. 새로운 직장을 준비하는 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리고 회사 평가 서비스는 익명이지만 누가 썼는지 회사는 쉽게 알게 된다. 회사는 구성원들과 달리 감정이 없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을 뿐이다. 다만 레퍼런스체크에 대한 답은 객관적으로 확실하게 나간다.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은, 내가 도망쳐 나오는 회사지만 처음에 그 회사를 선택한 것도 나였다는 사실이다. 회사를 선택한 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나의 판단이었다. 만약 내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회사에 대해 악평만 한다면 결국 판단을 잘못한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된다. 


이는 특히 면접자리에서는 절대 금물이다(현역 대표가 알려주는 면접꿀팁 참고). 모든 게 고스란히 나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그럼 어차피 떠날 회산데 박수받으며 퇴사하면 뭐가 좋을까? 


이야기한 것처럼 업계는 좁다. 책임감 있는 인수인계와 회사와의 퇴사 일정 조율은 위와 반대로 매우 긍정적인 레퍼런스 회신이 갈 것이다. 그리고 이런 레퍼런스체크는 직전 회사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전이든 그 전이든 경력 상에 있기만 하면 문의의 대상이 된다. 


6개월이든 2년이든 그동안 일한 기간에 비하면 내가 1-2주 더 일하는 것은 매우 작은 비중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을 멋지게 장식하면서 나오는 것이 얻을 것이 훨씬 더 많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면 회사와 동료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다. 


또 도망치듯 나와서 새로 입사하는 회사에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하겠다고 하는 게 새로운 회사에서도 플러스가 되진 않는다. 미묘하지만 빨리 온다니 좋긴 한데 그렇다고 그 사람의 가치가 높아 보이진 않는다는 거다. 


우리는 입사할 때 우리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한정판이기에 출시일이 미뤄질수록 우리를 더 애타게 하고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 우리는 모두 한정판 인재들이다. 한정판에 걸맞게 행동해야 된다. 



떠나는 회사의 업무 마무리와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기 위해 입사시기를 3~4주 정도 후로 잡는다면, 새로 입사하는 회사에서도 좋은 인상을 갖는다. 이런 입사자들이 있다. 


"제가 지금 있는 회사를 떠나면 업무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꼭 마무리를 해줘야 해서 죄송하지만 입사시기는 3주 후로 부탁드립니다."


이럴 때 회사는 '떠나는 회사보다 시작하는 우리 회사가 더 중요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아니다. 그보다 이 사람이 직전 회사를 떠날 때 이렇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우리 회사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한다. 즉 입사하면서 플러스가 된다. 직전 회사에서의 모습이 우리 회사에서의 거울이 됨을 잊지 말자. 물론 4주 이상의 기간을 늘려 잡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실제로 영업직 한 명을 채용하는데 기간이 꽤 늘어진 경우가 있었다. 위와 같이 직전 직장에서의 책임감 있는 마무리 때문이었는데 나보다 오히려 우리 팀장들이 그를 옹호했었다. 


"직전 회사도 지원자를 어지간히 놓아주고 싶지 않나 봅니다.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만큼 좋은 인재인 듯싶으니 우리는 그를 전적으로 믿고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동료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는 것도 이점이 많다. 스타트업 업계는 내부추천 제도를 많이 활용한다. 우리는 채용 인원의 약 10%가량 된다. 회사는 내부 추천자와 추천을 통해 들어온 지원자를 상당히 신뢰하는데,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인터뷰 전형을 2회에서 1회로 축약하여 실시할 정도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름다운 퇴사와 씁쓸한 퇴사가 명확히 구분되어 보인다. 


박수갈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마지막날 메신저에서 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메시지 세례를 받는다. 경영진과의 악수 후 구성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사무실을 나가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잘 키워낸 인재가 더 좋은 곳으로 간다니 나도 기분이 뿌듯하다. 


씁쓸한 퇴사는 내가 볼 일 보러 간 사이 내 책상 위에 퇴사계만 놓고 사라져 버린다. 메신저의 퇴사 공지에도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라 이모지만 몇 개 붙어 있을 뿐이다. 


결국 모든 것은 입사할 때만큼 퇴사할 때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마지막 1-2주는 당신이 이제껏 일한 기간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프로답게 마지막을 장식해서 퇴사할 때도 입사할 때처럼 모두 박수받으며 당당하게 퇴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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