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Desk to Dream #1
시원하게 사표 내고 사업으로 성공하는 꿈, 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한 번쯤 꾸었을 꿈이 아닐까 싶다.
직장에 속해 있으면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주어지는 것도 제한적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직장인의 최고 성공인 임원 배지를 다는 것은 온갖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 업무 능력과 무관한 정치력까지 탑재해야 가능한 일이니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내 전 직장 동기도 뛰어난 능력으로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깐이었고 지금은 사원 때보다 심해진 실적 압박 때문에 없던 탈모가 왔다. 이제는 결혼해서 책임질 가족이 있는 마당에 홧김에 사표낼 수도 없다고 푸념이다.
정년은 점점 짧아지는데 수명은 늘어나고, 인구 감소로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안전망도 부실해지고 있는 시점. 어쩌면 직장이라는 건 더 이상 우리 삶을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잠시 거쳐 지나가는 정거장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착실한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일확천금의 꿈으로 자기 사업을 꿈꿨다면, 이제는 현실적으로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자기 사업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즉, 지금 3-40대의 직장인이라면 자기 사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바늘구멍을 뚫고 임원이 되었거나, 타고난 재능으로 매년 투자수익률이 두 자릿수이거나, 코인으로 한몫 두둑이 챙긴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가 그렇다.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모아놓은 자산이 많다고 얘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명이 늘어난 탓에 부모님의 자산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시점에는 나도 이미 준할아버지다. 한창 내 자식들에게 돈이 들어갈 때는 직장소득만 바라보고 가야 하는데 공무원이 아니면 고용도 불안하다.
조금 우울하지만, 어찌어찌 장만한 집 한 채의 담보대출을 정년 때까지 갚다가 미처 다 갚기도 전에 주택연금(주택을 은행에 담보 잡히고 연금을 타 쓰는 방식)에 의존해서 생을 마감하는 그림이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구글의 엔지니어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에 따르면 2030년에 인류는 노화를 멈출 수 있고 2045년에는 분자 나노기술로 영생을 얻게 된다.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이 분이 30년 전에 했던 미래 예측의 85%가 현실화된 점을 생각하면, 영생까지 아니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우리는 훨씬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다. Chat GPT가 나오기 전에는 AI에 대해서 상상도 못 했던 것처럼 우리는 미래 예측에 약하다(참고로 48년생이신 이 분은 2045년까지 살아계시려고 하루에 영양제를 100개씩 드시고 있다고).
그러니 지금 3-40대의 모든 직장인들이여, 늘어나는 수명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려면 이제 미루지 말고 정말로 자기 사업을 진지하게 고민하자.
낯설고 두렵겠지만 이제 자기 사업은 마땅히 거쳐야 하는 인생 코스다.
그럼 무슨 사업을 해야 할까?
'좋은 사업 아이템만 있으면 나도 성공할 수 있어!'라고 우리는 입버릇처럼 외치지만 사실 좋은 아이템이란 건 없다. 누가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므로 지금 좋은 게 내일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다.
항상 What보다는 How가 중요하다. 한 번도 사업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우리가 사업으로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 어떤 스텝을 밟아나가면 좋을지 집중해 보자.
당연히도 내가 잘할 수 있거나 좋아하는 걸 해야한다.
뻔한 얘기겠지만 잘할 수 있는 걸로 승부를 봐야 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건 결국 잘하게 된다. 그러니 좋아하는 걸로 시작해도 된다.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은 책을 쓰거나 유튜브를 해도 되고, 패션 감각이 있는 사람은 직접 옷을 디자인해 볼 수도 있다.
난 좋아하거나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다시 떠올려 보자. 좋아하거나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는지를 컨텐츠 사업화시킬 수 있다. 무엇이든 수요는 존재한다.
지금은 수천억 매출을 올리는 영국의 스포츠 의류 브랜드 짐샤크(Gymshark)를 만든 벤 프랜시스(Ben Francis)도 처음엔 운동을 좋아하던 청년이었고 마음에 드는 운동복이 없어서 직접 재봉을 해서 옷을 내다 팔았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다 그 시작이 있고, 여러분들은 좋아하는 걸로 시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내가 자신 있던 건 '사업화' 그 자체였다. 유통이든 임대사업이든 가리지 않고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모델만 확실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마 증권사에서 기업분석을 했던 경험 때문에 수익모델에 대한 감이 조금 생겼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직까지 한 번의 시도로 망하지 않고 8년 간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멀티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사업이 돌아가려면 마케팅, 영업, 디자인, 유통, 생산 모든 분야가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모든 걸 다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산업은 분업화가 잘 되어 있고 아웃소싱 서비스는 차고도 넘친다.
한 가지만 제대로 잘해도 된다. 그럼 제조와 유통, 디자인, 심지어 인사관리와 마케팅까지도 대신 해 줄 전문회사들은 줄을 서 있다.
나의 경우엔 사업모델을 만들고 수익성 프로젝션을 하는 것에는 도가 텄지만, 인사나 조직관리는 완전 꽝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직원을 고용할 때, 그리고 그 직원을 한 달 만에 해고해야 했을 때 큰 문화 충격을 받았다. 여러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조직을 만들어갈 때 각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나는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했다.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부분은 기본적으로 IQ보다는 EQ가 작용하는 영역이며 공감능력이 중시된다. ENTJ인 나로서는 상당히 도전적인 부분이었다.
결국 나는 노무서비스를 아웃소싱하여 조직관리 관련한 절반을 먼저 해결하고, 나중에 인사업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채용하면서 남은 절반을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브랜딩과 마케팅도 처음엔 외주로 모두 해결했다. 내가 가진 핵심은 수익모델 그 한 가지였으니까.
또 하나의 강력한 조언, 무조건 작게 시작할 것.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가장 작은 단위가 되면 그걸 먼저 해볼 것을 추천한다. 내가 요리에 재능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내 요리로 돈을 벌려면 손님들이 와야 하고 그럼 레스토랑이 필요하고 테이블과 의자도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이름도 짓고 간판도 디자인해야 하며 스태프도 구해야 하고...
처음부터 할 게 너무 많다! 이런 식으로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면 세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로 처음 여는 레스토랑인데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낮다. 둘째, 공들인 레스토랑이 망하면 여기 들인 돈과 시간, 내 열정 등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셋째, 기회비용이 크다는 건 실패의 경험이 강렬했다는 것과 같아서 나는 다시는 레스토랑을 열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무조건 작게 최소단위로 시작해야 한다. 직장인 월급이 얼마나 많다고 실탄을 한 번에 쏟아붓는단 말인가. 쪼갤 수 있을 때까지 쪼개보자.
만약 내가 요리에 재능이 있다면 내 상품은 요리된 음식이다. 그럼 내가 만든 음식이 상품성이 있는지를 테스트해 보는 것이 먼저다.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서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내놓고 팔리는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나라면 음식을 팔기 위한 가장 작은 단위로 모임 커뮤니티를 선택할 것 같다. 취미나 액티비티를 공유하는 모임 커뮤니티는 모바일앱의 형태로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여기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내가 가장 잘하는 한 가지의 음식을 선보이고 무기명으로 가격을 적게 한 다음, 음식에 대한 품평회를 해볼 것 같다. 또는 처음부터 가격을 매겨서 소수의 인원에게 팔고 나중에 피드백을 받아도 괜찮다.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선보이는 것은 재료비와 시간 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 심지어 음식값으로 작지만 돈도 벌 수 있을 정도다. 음식이 실패해도 약간의 민망함이면 끝이다. 그럼 실패 후에도 나는 다른 방법(다른 조리법, 다른 음식, 다른 채널)을 여전히 시도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음식이 시장에서 팔릴 만한지(marketable) 테스트가 끝나면 판매채널을 확대한다. 여전히 레스토랑을 내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에 배달을 주로 하는 주방을 빌릴 수 있을 것 같다. 배달음식도 잘 팔리면 그제야 작은 레스토랑을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지역에 내본다. 외지에 꽁꽁 숨어 있어도 SNS 마케팅만 잘하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시대기 때문에 레스토랑도 저렴한 곳에 작게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나 역시 시작할 때는 나의 사업모델 검증을 위한 가장 최소한의 단위로 시작했다. 30평도 안 되는 작은 지하공간을 임대했고 인테리어비용은 최소화시켰다. 보증금을 제외하고 실제로 들어간 돈은 월급 3개월 치도 안 되는 돈이었다. 망해도 '휴 이번엔 생각대로 되지 않았는걸?'이라며 쿨하게 넘길 수 있을 정도였다.
허름한 공간이었지만 몇몇의 고객들은 우리를 찾아와 주었고 우리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고객과 대면한 바로 이때!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우리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고객을 간이 테이블에 앉혀놓고 1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눴다.
고객들도 우리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이용방법은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수요가 많고, 가격보다는 할인 요소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등등.
그분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이때 만났던 2,30명의 고객들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는 전체 사업기간을 통틀어서 가장 값진 아이디어였고 지금도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확장을 하는 건 그 후다. 그러니 제발 처음에는 고객을 만날 수 있을 정도의 최소 단위로 상품을 만들도록 하자.
그럼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 당신이 신입사원이 아니라면 그 답은 '지금 당장'이다.
아쉽지만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의 미래는 더 이상 회사가 책임져 주지 않을뿐더러, 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우리는 훨씬 오래 살 것이다. 그럼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된다. 그리고 필연이라면 빨리 해보고 방향을 잡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을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회사를 다니면서 내 사업을 병행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일을 벌여야 망해도 타격이 덜하다.
적어도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소 단위의 상품이 시장에서 먹히는 것을 볼 때까지는 나의 주 수입원을 붙잡고 있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심적인 여유가 있어야 더 옳은 판단을 내리는 동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는 회사일도 바빠서 정신 못 차리겠는데요? 자기 사업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게 당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 미래가 달린 일인데,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회사일 때문에 갖지 못한다는 건 사춘기 소년 같은 어리광일 뿐이다. 지금 하는 회사일을 대충 하라는 게 아니다. 업무능력을 향상해서 일을 빨리 마치든, 일이 없는 주말 시간을 이용하든 미래를 만들 시간을 확보하라는 말이다.
나도 회사를 다니면서 나의 MVP(최소 단위의 상품: Minimun Viable Product)를 만들었다. 하나를 만들고도 믿음이 가지 않아서 두 개를 만들고 세 개를 만든 후에야 회사를 나올 결심을 했다. 돌다리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 두드려본 것이다.
사업한다고 나갔다가 실패해서 다시 돌아오는 건 죽어도 싫었기 때문이다. 한번 급여소득자에서 사업소득자로 내 팔자를 바꿨으면 중간에 다시 방향을 바꾸는 건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고민해서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건 나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렇게 나는 회사일과 내 사업을 무려 2년이나 병행했다. 회사일만 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냐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고, 솔직히 힘들다고 느낄 새가 없었다. 힘들지 않았다는 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고 흥분되었기 때문이고, 힘들다고 느낄 새가 없었던 건 이때 정말 꽉 찬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결코 회사일을 대충 하지 않았다. 8시간의 근무시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버리는 시간 없이 일했다. 그래서 매일 6시에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6시부터 잠들기 전까지는 내 사업을 진행했다. 회사일이 없는 주말에는 하루 8시간씩은 내 사업에만 몰두했다.
누군가는 워커홀릭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일만 하는 로봇이 되었던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하며, 새로운 세계를 사는 느낌이었다.
반드시 시작은 직장생활과 병행할 것. 힘들더라도 그게 자기 사업으로 미래를 만드는 가장 리스크가 적은 방법이다.
물론 안다. 회사일 하면서 다른 일 병행하기 쉽지 않다는 걸. 하지만 우리 미래가 달린 일인데 어쩌겠는가. 나도 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직 해보지 않아서 어색할 뿐이다. 내가 도움 드릴 수 있는게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해달라.
위에서 언급한 Sara Brakely의 말을 내 식대로 조금 바꿔 전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 낯선 세계로의 모험을 두려워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