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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Oct 17. 2024

직장인 창업의 최대 강점

From Desk to Dream #2

직장인들이 자기 사업을 창업할 땐 크나큰 이점이 있다. 


'저는 회사에서 한 가지 일만 계속해 왔는데 제가 뭘 잘할 수 있나요?'라고 생각한다면 그간 직장생활로 굵어진 경험의 잔뼈들을 스스로 너무 저평가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전편 <퇴사 후 자기 사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에서 밝힌 것처럼 이제 자기 사업은 직장인들에게도 남일이 아니게 된 것이 팩트다. 최근 내가 같이 회사 생활을 했던 동료들 중에서도 나의 경험을 물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람의 생각도 근육처럼 특정 의도를 가지고 단련해야 그 상황에 익숙해진다. 어느 날 갑자기 하려고 해도 뇌가 그 상황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고를 하려면 워밍업이 필요한 것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자기 사업을 시도하고 실패도 해봐야 원하는 때 성공적인 직장생활 EXIT이 가능하다. 퇴직 시점이 다가왔을 때 고민하면 그땐 이미 늦어서 실패확률만 더 높아진다. 


직급으로 치자면 대리 과장 때부터 연습해보는 게 좋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 역시 대리 때부터 몇 번 사업 연습을 했고 결국 과장 때 사표를 냈다. 커리어를 계속 가져갔어도 좋았겠지만 어차피 10년 후에 고민할 거면 지금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사업 근육을 더 키우는 쪽을 택했다. 


회사를 8년 간 운영하면서 얻게 된 사업 근육은 지금은 거의 몸짱 수준이 된 듯하다. 이 말인즉슨 지금 회사가 설령 망해서 다시 시작하더라도 더 빠른 시간 안에 똑같이, 아니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만들 자신이 생겼다는 뜻이다. 




어떤 게임을 하든 하나의 게임을 끝판왕까지 깨 본 경험이 있으면 다른 게임도 잘할 가능성이 높다. 글도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본 사람이면 두 번째 책을 내긴 쉬울 것이다. 사업도 같은 논리다. 한번 성공한 사람이 연쇄창업해도 성공하는 이유와 같다. 


즉 제대로 된 사업가는 리셋되어도 사업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절대' 죽지 않는다.  


남은 긴긴 여생 동안 크고 작은 실패야 있겠지만 사업가가 할 수 있는 사업이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은 어떨까? 정년을 맞이하여 직장생활이 END 된 사람이 직장생활이라는 게임을 다시 신입사원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어쩌면 분자 나노기술의 발달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평균 수명이 2백 살쯤으로 연장되면 60세부터 다시 신입사원으로 시작하는 실버산업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생명 연장이 초래한 우울한 미래 by JD


그럼 직장인에서 사업가로의 변신은 정말 가능할까? 몇몇 사람들이 특별해서 성공한 게 아닐까? 이전 글에서 밝힌 몇 가지 아이디어를 잘 활용하고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큰 무기를 이미 가지고 있다. 




사업은 한 가지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시장에 팔아 돈을 버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이걸 최소 단위의 사이클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글씨를 쓸 때마다 향기가 나는 볼펜을 수제로 제작했다고 치자. 나는 이걸 스토어팜에 등록해서 10개를 팔았다면 한 사이클을 완성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려면 더 이상 수제로 만들 수도 없어 공장을 찾아야 하고, 사진을 찍고 판매페이지를 구성하는 에디터도 있어야 하고, 얼마나 팔렸는지 또 얼마나 원가가 들어갔는지 매출과 원가도 계상해야 한다. 즉 내가 처음에 할 수 있었던 영역에서 모르는 영역으로 계속 확장된다. 


어 이제 어떡하지? 내가 잘하는 것은 볼펜을 만드는 일뿐인데? 


이때 직장인들의 파워가 발휘된다. 우리는 이미 회사를 다니며 제조, 마케팅, 재무회계, 인사 등등 여러 부서와 일한 경험이 있고 그들은 모두 그 영역에 있어 전문가들이다. 나는 이들을 당신의 사업에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즉 우리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직장에서 형성한 다양한 네트워크다. 사업을 하면서 필요한 모든 기능들이 사실 여러분이 일하고 있는 회사 안에 고스란히 다 있다. 작은 회사일지라도 20명 이상 모인 회사라면 제조, 마케팅, 재무회계, 인사 등의 기본적인 담당자들이 있지 않나. 


내가 몇 번의 사이클을 지나 확장하려고 할 때 이들을 찾아간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그들이 내 직원처럼 일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면접에 참석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래처를 알려주거나 사람을 소개해줄 수도 있겠다. 


단, 모든 건 다 현재 직장에서 충실하게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았을 때의 얘기다. 그래서 나는 <홍과장의 은밀한 이중생활> 편에서 밝힌 것처럼 미래를 위해 회사와 사업을 병행할 때도 회사일을 절대 대충 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같이 일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나중에 나에게 도움을 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업모델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회사 규모가 20명이 넘어갈 때(대부분 이때 첫 번째 고비가 찾아온다) 복잡해진 커뮤니케이션과 사내정치 <끼리끼리와 카더라:출근하는 정치인들>로 지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때 나는 전 회사의 HR담당 과장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현재 수준에서 조직의 구조를 어떻게 짜야 사일로(부서 이기주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황금 같은 조언을 얻었다. 

 

Source: Nick Wingfield’s NYT tech column today, Microsoft Overhauls, the Apple Way.


최초에 우리는 흡사 애플처럼 창업자(나)의 중앙집권화된 구조를 띄었으나, 강력한 중앙집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보의 누수가 심했다. 그러니 편 가르기와 같은 정치들이 생겨났다. 이내 구글과 같은 형태로 좀 더 직급체계를 갖췄지만 커뮤니케이션은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투명한 구조로 만들었다. 그러자 정치가 사라지진 않았으나 눈에 잘 보여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우리 회사의 조직구조는 구글과 아마존을 섞어 놓은 듯하고 50명 정도의 규모에서 이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이렇게 조직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전 직장 동료 및 선배님들의 조언 및 코칭이 크게 한몫했다는 점이다.


삼십 대 초반에 이미 백만장자 대열에 들어섰고 현재는 일곱 개의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레버리지> 책의 저자인 영국인 롭 무어(Rob Moore)는 이 개념을 레버리지로 표현했다. 즉, 나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으니 내 주변 사람들을 이용(레버리지)하여 나의 사업을 성장시키라는 것이다.


출간된 지 7년이 넘은 책이지만 아직도 사업가들에게 큰 인사이트를 주는 책


사업을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인재를 찾는 것이고, 훌륭한 동료를 구하는 것은 사업의 절반을 성공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잊지 말자. 회사를 다니고 있는 여러분은 이미 그러한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퇴사 후 창업하기 전에 직장인으로서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최대한 탄탄히 다져놓길 바란다. 지금 내 옆에 앉은 김 과장님이, 옆 팀 박 차장님이,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최대리가, 거친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할 때 나에게 등불과 무기가 되어줄 수도 있다. 




과거 나와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이 이제 회사에서 부장을 달고 있다. 공채입사 8년 후 내 동기들은 실적압박과 사내에서의 지위, 승진과 연말 인센티브를 걱정한다. 사업 8년 후 나는 회사의 주식시장 상장과 사옥의 매입, 해외사업 진출을 고민한다. 


모든 삶은 다 가치가 있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가 어느 쪽이 더 탄탄할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그리고 혹시라도 창업을 생각하시면서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예: 자본이 없어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정성을 쏟아 해당 주제로도 글을 작성해 볼 예정이다. 모두 밝은 미래를 계획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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