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Desk to Dream #3
"동업은 위험하지 않나요?"
8년 간 사업을 하면서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개인사업의 경험담도 심심찮게 들린다. 동업을 했더니 뜻이 안 맞아서 결국 사업을 접게 되었다는 이야기, 동업자가 회사를 배신해서 따로 사업을 차렸다는 이야기, 동업은 절대 하지 마라 등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동업을 해서 크게 성공했다거나 동업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 이 말이 정말 맞을까?
우리는 늘 인지편향과 미디어에 시달리는 휴먼이다 보니 먼저 약간의 객관성을 더해 시작하자. 텍스트 기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썸트렌드에 따르면 '동업'에 대해서는 최근 블로그와 뉴스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표현한 비율이 53%로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
이는 창업과 사업이라는 단어가 각각 85%, 79%로 긍정적으로 표현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즉 우리 인간은 창업과 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유독 동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 상으로도 일치한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덧씌워진 프레임은 항상 뒤집어 까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가지 키워드를 더 보면, '자영업' 또한 여러 매체에서 62%의 부정성을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영업이 힘들다,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영업도 결국은 사업(79%의 긍정)이고 창업(85%의 긍정)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아닌가? 사업은 긍정적인데 스스로 운영하는 사업이란 뜻의 자영업은 부정적이라는 것 자체가 모순되어 보인다. 자영업이 아니라면 타인에 의해 운영되는 사업이란 건 주식투자 정도일 것이니까.
또 동업은 하지 말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업의 폐해를 자신이 아닌 동업자의 탓으로 돌린다. 어쩌면 동업에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남 탓, 환경 탓 프레임이 씌워진 것은 아닐까.
그럼 동업에 대해서도 막연한 부정과 인지편향에서 벗어나서 좀 더 실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우리가 창업할 때 모든 걸 혼자서 해내기는 힘들다.
만약 동업이 정말 사업에 있어 부정적인 것이라면 다음의 창업자들은 그 이름이 무색해질지도 모른다.
Microsoft 공동 창업자: 빌게이츠 & 폴 앨런
Apple 공동 창업자: 스티브잡스 & 스티브 워즈니악
Google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 세르게이 브린
P&G 공동 창업자: 윌리엄 프록터 & 제임스 갬블
Ben & Jerry's 공동 창업자: 벤 코헨 & 제리 그린필드
그렇다. 모두가 동업자들이고 다른 말로는 공동 창업자들(Co-founder)이며 이들의 성공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동업을 하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로 요약된다. 하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과 자원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아 의기투합하는 경우다.
얼핏 생각해 보면 전자처럼 내가 특정 영역에 부족함이 있을 때 다른 사람으로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면 동업이 성공적일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의 판단으로는 동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기서 온 게 아닌가 싶다.
나는 향기 나는 볼펜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원 Brad라고 가정하자. 제품은 끝장나게 만들 수 있지만 어디 볼펜이 세상에 한두 개뿐인가. 제품이 좋아서 재구매를 자신하더라도 우선은 시장에서 팔릴만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향기 볼펜의 후속작으로 멜로디 색연필도 출시 예정인데 이 역시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어 Brad는 마케팅 경력 20년의 Kate와 동업을 하게 된다.
둘은 각각 생산과 마케팅이라는 전문 영역으로 분업하고 업무에 착수한다. Brad가 만든 향기볼펜 1호를 가지고 Kate는 예전에 거래하던 거래처를 찾아가지만 향기볼펜의 디자인에 문제를 삼으며 거래를 거절한다. 이에 Brad는 새로운 디자인의 펜을 만들지만 Kate의 거래처는 이번에는 가격을 문제 삼으며 거래를 재차 거절한다. Brad는 이제 Kate의 영업 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Kate는 Brad의 제품력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동업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이런 식의 갈등을 겪게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동업자의 역량이 의심되고, 나 역시 동업자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 아마 Brad는 "영업은 Kate가 잘해줄 거야. 그러니 난 제품만 잘 만들면 돼."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Kate는 "제품은 Brad가 잘 만들어주겠지? 난 영업에만 매진하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교집합이 없는 이러한 동업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각자의 전문분야라는 핑계로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고(또 그러기를 서로 암묵적으로 바라고) 역할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기대를 하기에 일이 틀어지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의심하게 된다. 제품이 문제다 영업이 문제다 싸우게 되고 결국 동업은 와해된다. 전형적인 R&R(Role & Responsibility)의 함정이다.
동업이 성공하는 경우는 오히려 후자다.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 공통의 영감을 얻고 의기투합하는 경우가 동업을 성공적으로 만든다. Michael과 Sally는 둘 다 전문 분야는 없었지만 향기볼펜의 미래에 대해 확신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기본적인 학과 교육 정도를 받았을 뿐이지만 모티베이션이 충만하며 무엇보다 향기볼펜으로 필기구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그렇다면 생산이든 마케팅이든 서로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토론과 협의를 거쳐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Sally가 디자인에 능하다는 것과 Michael이 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을 서로 발견하게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느슨한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은 둘의 합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성공한 기업들도 그렇고 나의 경우도 그렇다. 나에게는 훌륭한 공동창업자가 있으며 우리는 창업 때부터 무려 8년간이나 함께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이제는 주식시장 상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 혼자서는 결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VC(벤처캐피털) 투자자로부터 항상 '동업하시기 괜찮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아왔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자신 있게 말했다.
"제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게 저의 동업자입니다."
동업은 어떤 경우에 성공할 수 있는지 정리해 보자.
우선 동업은 공통의 목표가 있을 때 성공한다. 여기서 공통의 목표란 단순한 경제활동에서의 성공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나와 공동창업자는 창업자이기 전에 직장 동료로 만났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렇다 보니 서로의 인생목표에 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강한 유대감이 형성됐다. 그리고 자아실현과도 같았던 이러한 목표는 서로 간 풍부한 소통을 통해 부동산 문제 해결이라는 회사의 비전으로 연결되었고, 결국 우리는 여기에 인생을 거는 강한 모티베이션을 갖게 되었다.
경제활동보다 상위의 공통 목표를 바라보면 서로 간의 팀워크도 더욱 단단해지게 된다. 지금의 구글을 만든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도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친구로 만났다. 그들이 캠퍼스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중요성과 미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눴을까 상상해 본다.
두 번째로 동업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성공한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신뢰를 만들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태다. 내가 현재 진행하는 업무는 어떤 것들이고 어떤 일정으로 어디서 뭘 할지가 상시 공유되는 것이 좋다. 우리는 1) 메신저를 활용하여 빈번하게 소통하고 2) 누구나 서로의 일정을 볼 수 있는 공통의 캘린더를 쓰며 3)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도 열람할 수 있게 회의록을 항상 작성하고 있다.
내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동업자에게 알리지 않고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서로 역할 분담이 어느 정도 된 경우라도 내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고 무엇에 힘을 쓰고 있는지 상시 공유되는 것이 동업자에게 신뢰를 준다. 약간의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한 커뮤니케이션보다 항상 낫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동업자 간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합의된 구조에서 나온 의사결정은 언제나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도 의견이 안 맞는 경우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성은 높아질지언정 '토론'의 형태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고, 중요한 의사결정들은 항상 함께 하는 원칙이 있었다. 주요 인재의 채용여부나 파이낸싱의 결정, 사업전략의 변화 등이 그랬다.
반면 오랜 기간의 협업으로 서로의 강점이 명확히 파악될 시점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서로 간에 일임(Empowerment)도 빈번히 일어난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어느 분야에 더 강점이 있는지 서로 간 합의가 되어 있는 경우에 그렇다.
나의 강점에 기반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거나 회사 모든 영역의 구조를 짤 때는 동업자는 의견을 보태지만 최종 결정에 있어서는 나의 의견을 더 중시해 준다. 반대로 한 영역에 깊은 인사이트를 요구하거나 1:1 협상에 있어서는 나는 나의 동업자를 전적으로 더 신뢰한다. 나 역시 내 의견을 말하지만 그가 나보다 그 부분에서 역량이 높다는 걸 알기에 100%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여도 내 의견을 고집하진 않는다.
모든 것에는 다 장단점이 있다.
동업을 하게 되면 의사결정구조를 정해놨더라도 의견의 합의까지 이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반면에 둘(또는 셋 이상)이 힘을 합치는 경우에는 의사결정의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험이 부족한 창업 Beginner라면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동업자가 있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지난 8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몇 번의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혼자였으면 버티기 힘들었던 일들도 동업자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창업을 앞두고 동업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동업은 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에게 잘 맞는 창업방식을 고민해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