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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반하별 Apr 10. 2024

불변의 법칙, 국력이 곧 안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보는 세계 질서

영국 BBC는 이스라엘 드론 공격으로 푸드뱅크 직원들이 사망한 사건을 연일 헤드라인으로 보도하고 있다. 푸드 뱅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식량을 원조 보급하는 비영리 자선단체다.  희생된 7명의 직원 중 3명이 영국인으로, 군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었다. 이들은 차량 3대에 나눠 이동 중이었는데,  드론공격으로 대부분 서방 군사대국 국적인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인 다수 납치사건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되었다. 강경파인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실각이 유력해지던 시점 전쟁 국면을 맞이하면서, 강력한 국가 안보를 강조하고 하마스 전멸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다수의 무고한 팔레스타인들도 무참히 희생되고 있고,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이 전쟁으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인 1천여 명이 숨졌고 아직도 납치된 250명이 넘는 자국민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기반 시설을 모두 잃어 장기적인 기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으로 중동으로의 전쟁 확전도 서슴지 않는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 정권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지만 아직은 대세를 바꿀만한 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자국민이 희생되자 영국 리시수낙 총리와 데이비드 카메론 외무부 장관은 즉각 비난 설명을 발표하며 사건 관련 전말을 소상히 알리라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고 관련 이스라엘 제재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통화를 통해 최우방국으로써 현재 상황을 묵과할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서 ‘민간인 구호 활동의 안전을 확보하고 민간인의 희생 최소화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이스라엘 정부가 곧바로 공식 논평을 발표했다.  ‘의도적인 공격이 아닌 큰 실수였고, 전쟁 중이라는 점을 참고해 달라’ 읍소하고 있다. 바로 다음날, 이스라엘 정부가 서방권의 목소리에 첫 반응을 하고 나섰다. 인도적 차원의 물류 공급 루트를 기존의 하나에서 세 가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세부 시행 방안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전향적 변화를 이끌어낸 그 이면에는 국가 간의 무기 거래가 있다. 영국 지방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에 영국산 무기 판매에 대한 윤리적 강령을 위반한 부분을 지적, 판매를 중지하라고 선언했다.


국제 무기거래에 있어서 이 화력이 자국민을 방어하는 목적 또는 자신의 안전에 대한 방어 차원의 공격에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군 작전에 민간인 보호는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현재 이스라엘 군 활동은 그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팔고 있는 무기 거래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무기 수출 금지가 즉시 발효되지 않을까. 미국 내 막강한 권력을 쥔 유대인들을 뒷배 삼은 이스라엘과 자국 군 무기 수출 산업, 지역적 국가 영향력 등을 감안한 서방 군사대국들의 복잡한 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자국민이 사망하자 여론에 밀려 적극 나서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무고한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안위는 우선순위에 놓여 있지 않다.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인권, 국제 조약들도 허울에 불과할 뿐이라는 반증이다.




1760년 영국 산업혁명 이후 딱 백 년 만인 1860년 '베이징조약'이 체결됐다. 그 이전 1854년 '미일화친조약'이 있었고, 1875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됐다. 외세에 의해 굴욕적으로 나라를 유린당한 동북아 3국은 아픔을 극복하고 나라를 구하려는 방법을 고심하게 된다.


중국은 베이징 조약 이후 서양과학기술을 배우자는 '양무운동'으로 부국강병을 외치고, '변법자강운동'으로 제도개혁을 도모하려 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다시는 외세에 나라를 뺏기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구국구망'운동을 벌였다.

일본은 1854년 미국에 의해 강제로 문호가 개방된 후, 1868년-1889년 메이지유신을 경험한다. 쇼군 중심의 무사 정권이 아닌 중앙집권 통일국가로의 발전을 위해 체질을 바꾼다.

1875년 강화도조약으로 일본에 문호가 개방된 대한민국은 일본을 증오하고 그들에게 벗어나고자 독립운동이 일어나지만, 근본적으로 나라의 체질을 바꾸는 데에는 중국, 일본에 비해 그 시작이 더뎠던 것이 사실이다.


부강한 국가로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동북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하나의 큰 축으로 다시 성장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세력확장을 도모하고, 반대로 미국의 대중국 경제제재로 성장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은 친 서방정책으로 기존 G7 일원이면서 아시아 태평양 외연 협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일본은 호주, 미국, 영국 안보파트너즈  AUSUK 참여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이는 기존 파이브아이즈(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군사 정보 협력체)의 확장 개념으로 중국-러시아의 진영결집에 대항하는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이웃 북한은 여전히 일반적인 국가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예측불가한 상태에 머물러 있고, 대한민국은 그런 국제 정세 속에서 힘의 균형을 맞춰 줄타기를 하는 운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나라와 자신을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함께 국력을 키워야 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대한민국은 한창 총선 투표 중이다. 민의가 잘 반영되어 나라가 부강하고 구성원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로의 길이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스라엘 정부의 스탠스가 여전히 전쟁 확전도 불사하고 있는 점,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은 서방국가들이 이전보다 더 민첩하게  손해 보는 장사, 부담 가는 전쟁확산은  피하고자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더 이상 그 어느 한 국가나 지역 문제가 아닌 각 구성국가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어 적어도 전쟁을 피하고 무고한 희생을 최대한 줄이는데 힘을 모으기를 소망한다.  인류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원칙을 기준으로 건설적인 방법이 논의되고 실현되기를 바란다. 일련의 상황들로 다시 한번 튼튼한 국가경쟁력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어느 순간에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임을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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