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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반하별 Apr 24. 2024

영국 국민쇼에서 만난 K컬쳐 싸울아비 태권도

사이먼 코웰도 영국 할머니도 태권도 공연에 반해버렸어요

시 어머니와 이런저런 일상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전 날(2024년 4월 20일) 방영된 영국 국민 장기자랑쇼, 브리튼즈 갓 탤런트 Britain's Got Talent(BGT)에서 태권도 퍼포먼스를 봤냐고 물어보신다.


앳된 얼굴에 스무 명쯤 되는 한국 청년들이 BGT 무대에 들어선다. 대한민국에서 온 싸울아비(Ssaulabi) 팀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무대 앞 격파용 기왓장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유럽 사람들이 대충 짐작하는 ‘이소룡 오마주’ 아닐까 싶은 마음이 스친다.


인사말이 끝나고 본 무대가 공연팀에 주어진다. 먼저 싸울아비팀원들은 둥글게 모여 서로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기합을 넣는다. 그 소리가 흡사 뉴질랜드 ‘하카(Hakka)’처럼 이색적이고 우렁차다. 옆 자리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딴청 하던 딸아이도 눈빛을 반짝인다.


빠른 비트의 배경 음악은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이 어린 청년들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는다. 송판 격파, 집단 무(舞), 깃발무, 공중부양, 대련쇼. 숨 돌릴 틈 없이 꽉 짜인 무대를 선보인다. 도움닫기로 날아오른 청년들이 부양한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공중에서 격파된 송판조각들이 산산조각 나 사방에 흩어지고 패널들을 비롯한 관객들은 그 공연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한다.


흰 도복 위에 검은 도포를 입은 남녀 주인공들이 붉은 또는 푸른 띠를 매어 태극기의 색감을 살려냈다. 그 검은 도포가 휘날리는 소리가 동작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여성 태권도인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동양여인들은 수동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남성 태권도인들과 멋지게 대련 퍼포먼스를 하고 지르는 함성 소리가 시원하다.


가장 한국적인 태권도 퍼포먼스로 세계인의 공감을 일으키는, 요즘 K컬처의 또 다른 진면목을 보는 느낌이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태권도 무대는 세련되면서도 그 전통의 기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절제된 동작을 통해 민첩성, 기동성, 정확성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공연을 보여준다.


BGT 4인의 패널들은 입을 모아 감탄한다. 꼭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도 하고, 이 공연에 보인 모든 동작들을 연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지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면서 경의를 표한다. 대표 패널인 유명인 사이먼 코웰은 멋진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멤버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10점 만점 그 이상이라면서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점수를 전한다.



요즘은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다. 오랫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연습하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들이 얼마나 멋지고 찬란한지를 단 3분 30초 만에 보여줬다. 개인의 역량과 달란트에 집중하는 서양문화와 비교해 동양의 공동체 의식에서 오는 집단의 파워는 새롭고 웅장하다. 이번 태권도 공연은 개인의 역량과 군무가 잘 어울리는 멋진 무대였다.


전주에서 온 싸울아비 태권도 공연팀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완벽한 태권도 공연 후  BGT 골든버저 우승팀으로 확정된다.  패널들과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싸울아비팀은 얼싸안고 감동하는 모습이다. 마지막 무대 위에서 팀 전체가 관객을 향해 목례를 하는 모습이 경건하고 멋지다. 이에 감동한 사이먼 코웰은 자신이 아는 동양언어로 인사한다. ‘아리가토’(일본어,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서양에서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 비슷한 문화의 나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K팝, K컬처가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 면에서 현지에서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그것도 영국 국민 프로그램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공연 시청 후 시 어머니께 문자를 보냈더니, 답신이 왔다.  “그것 봐 그 공연 너무 멋지지. 난 한국문화가 자랑스러워.” 영국 할머니 마음도 흔들어 버린 자랑스러운 태권도 시범단 싸울아비다.




*British Got Talent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사진을 다운로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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