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주 May 22. 2024

서양에서 먹기 시작한 간식, 김

김 가격 상승 뉴스

한국 뉴스를 훑어보는데 김 가격이 올랐다는 기사가 여럿 보인다. 생활물가 오른 것이 어디 김뿐이겠는가마는, 따뜻한 밥에 김 싸 먹기를 즐기는 나에게 관련기사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가격이 오른 이유로 무엇보다 수출량이 많아져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귀국길 사 가는 물품은 단연 김이 손꼽혀온 지 오래다. 김을 많이 먹는 나라인 일본 제품마저도 한국의 김 맛을 따라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향긋하고 입에 착 붙는 맛이 다르다.

최근 미국 마트에서 파는 냉동 김밥이 선풍적인 인기라는 기사를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 같다. 실제 내가 살고 있는 영국에 아시안 마트에도 상륙해 팔리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주목받는 아시안 식재료들

요즘 서구 사회는 성인병의 원인을 가공 식품에서 찾고, 어떻게 하면 기존 탄수화물, 고기 단백질 위주의 식단에 섬유소와 비타민, 무기질을 더할까 고민 중이다. 서양에 비해 채소와 발효 효소, 미네랄을 많이 섭취하는 동양 음식들이 주목받으면서 시내 중심가에 아시안 음식점 수가 유례없이 늘고 있다.


얼마 전 아시안 마트에 가보니 김 가격이 제법 올랐다. 한국산 김도 있지만 대부분 일본 브랜드 제품들인데 Nori 김밥용 김 10매 가격이 3.5파운드 하다가 4.7파운드로 30% 정도 가격 인상이 되었다. 동네 모임이든 친구 모임이든 음식 하나씩 싸들고 가는 날이면 김밥을 주로 말아 가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재료비 생각해 가며 준비해야 할 판이다.

 

 

 맛을 알게 된 엄마들 챙겨 먹이는 간식, 김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아이들 유아동기를 보냈다. 이웃 주민들은 대부분 회사 일로 2-3년 파견 온 유럽계 가족들이었다. 무더운 기후, 색다른 식재료들로 매일 탐험 중이던 아기 엄마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은 간식이 있었으니, 바로 김이었다. 학교 마치고 뛰어나오는 아이들에게 과일 몇 조각에 김 과자를 간식으로 주는 엄마들이 늘어났다. 귀국길에는 몇 상자씩 싸 가는 엄마들도 있었다. 이 가격에는 이제 못 먹여 아쉽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김 맛이나 영양정보를 알게 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즐기게 되는 식재료가 바로 김이다. 이제 김 소비는 늘어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가격은 예전의 저렴한 시절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영국산 김을 찾아본다.

영국은 섬인데 김/미역 해조류가 없을 리 없다. 영국 섬 남쪽 끝 콘월(Cornwall)이라는 곳이 있다. 남단이라 일조량이 좋고 대서양을 접하고 있어 물이 맑다. 영국 사람들이 휴가 하면 자주 찾는 곳이다. 미역 줄기들이 해변에 널려 있고 그 주위에 김 농장이 운영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련 상품을 일반 가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오가닉 식품 전문점에서 발견했다.


15g짜리 미역 제품의 가격은 5파운드(한화 8500원).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나는 영국 거주인이니까 신토불이 해보자는 생각에 몇 봉지를 구입해 본다. 봉투를 열어보니 푸르디푸른 미역 건초가 나온다. 바다 냄새가 그대로 나는 것 같다. 그냥 먹어보니 이것은 종이 같은 질감에 아무리 김 좋아하는 나도 먹기 힘들다. 설마 이렇게 먹을 리가. 제품 뒷면 요리 방법을 참조해 본다.


우선 해바라기씨유를 넣고 뜨겁게 온도를 올린 팬에 해초들을 넣어 바삭해질 때까지 튀긴다. 거기에 참깨를 넣고 기호에 따라 설탕이든 소금이든 간을 한다. 쿠킹 타월로 기름기를 뺀 바삭한 해초를 샐러드나 밥 위에 뿌려 먹으라는 제안이다. 말하자면 한국 김자반처럼 곁들여 먹으라는 것인데, 튀기고 나니 특유의 바다 내음이 좀 줄었고 식감이 살아나니 먹을만하다. 산후조리로 한 달 내내 미역국을 끓여 먹던 내 옆에서 식사하던 영국사람 남편은 미역이나 김을 한국인 못지않게 좋아한다. 콘월 튀긴 김을 맛 보이자, '에이 이건 맛없다' 한다.

 


신토불이, 현지 김 활용하려면 노력이 필요할 듯 

한국 김 값이 오른다고 하니 자구책으로 영국 현지 김을 찾아 맛봤지만 사실 좀 실망스럽다. 한국에서처럼 고급 김은 먹기 어렵겠지만,  내일은 치댄 새우살에 전분을 묻혀 구울 때 영국 김 가루를 좀 넣어볼까 싶다. 샐러드나 음식 풍미를 살리는 정도로 이리저리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시 한번 음식 가공 기술이 뛰어난 한국 식품 업계에 찬사를 보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