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주 May 15. 2024

영국 아이스크림 시즌이 돌아왔어요.

올해 처음 섭씨 20도가 넘을 거라면서 아침  뉴스 앵커가 호들갑이다. 올해 4월은 스톰(Storm)이 계속 올라와서 날씨는 춥고 어두웠다.  5월. 절기는 무시 못한다 하더니 드디어 해가 짱짱한 주말이다. 

 

영국 삶의 좋은 점은 집 주변에 녹지가 많다는 것이다. 구역마다 작든 크든 공원이 있고 교회들은 공동묘지터를 함께 하고 경우가 많아 그 또한 산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집들은 단층이거나 높아봐야 3층 정도다 보니 일조량이 어디에서나 보장되고 새들이 놀러 와 쉴 수 있다. 고슴도치가 마당에 나타나는가 하면 자정 즈음이면 여우도 오고 간다. 나는 영국 남부 도시 중심부에 살고 있지만 충분히 자연의 품을 느끼고 있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말 목장, 양 떼 목장이 있다. 그 주변을 걷기 시작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양 떼들은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몇몇 양들은 오래간만에 햇볕이 나니 더운가 보다. 나무 그늘 밑에 늘어져 낮잠을 자고 있다. 나에게는 조그만 강아지가 있다. 양 떼들이 있는 초원을 가로질러 함께 걷는다. 여기저기 싸 놓은 양똥들이 천지다. 내 강아지는 그 냄새에 홀경에라도 빠진 듯 킁킁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려 하기도 한다. 아마 목줄을 걸어 놓지 않았다면 똥 위에 몸을 비비며 만끽했을 것이다.  


다음날 일요일은 딸이 참여하는 크리킷(Cricket) 경기가 있는 날이다. 마침 경기 장소가 해변 근처다. 햇볕도 좋고 기분도 좋다. 그동안 입던 긴 팔 우비 옷을 벗고 오늘은 티 없이 맑은 흰 반팔티에 반바지를 입고 집을 나선다. 아이들은 경기하느라 바쁘게 뛰어다니고, 선수 가족들은 싸 온 피크닉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긴다.

영국 햇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금방 살이 벌겋게 익을 정도로 강한 자외선을 가지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풀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느긋이 하늘을 바라본다. 풀 냄새가 풋풋하니 좋다. 끼룩끼룩 나는 갈매기도 보이고 저 멀리 경비행기도 보인다. '이렇게 이쁜 하늘, 자주 좀 보여주셔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던지고 배팅을 하던 딸은 지난주 보다 더 날렵해진 시구 결과에 신이 났다. 열심히 뛴 당신, 아이스크림 타임이다. 영국은 진한 유제품 맛이 나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대세다. 양 떼와 소 떼가 지천에 널려 있는 덕분에 영국 사람들은 지역 유제품에 자긍심이 높다. 해변 옆 명물 아이스크림 집 앞에 줄을 선다. 알록달록 차림판에는 온갖 종류의 아이스크림들이 있다. 네 명의 가족이 각각 다른 아이스크림을 골라서는 '이게 더 맛있다', '저건 새로운 맛있네' 맛품평 하느라 바쁘다.


그 뒤로 멀리 해변에는 태닝 하는 사람들, 벌써 물속에 뛰어든 사람들이 보인다. 겨울 바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섭씨 20도면 그들에게는 쉽고 쉬운 유영이겠다. 나는 한 여름에도 대서양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소름이 돋는다. 봄 바다수영은 나에게는 어림없는 일이다.  


앞으로 볕 좋은 날이 많아 풍덩 수영할 날 어서 오기를 달콤한 아이스크림 먹으며 바래본다.

이전 13화 영국 현지, 김치 유행에는 호기심 이상의 이유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