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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May 09. 2024

영국 현지, 김치 유행에는 호기심 이상의 이유가 있다

초 가공식품(UPF)의 역습,  그 단점을 보완하는 발효식품

발효식품에 주목하는 영국 사람들

   카페에 가면 콤부차(Kombucha)와 카피르(Kefir)를 마신다. 레스토랑에 가면 사우어도우(Sourdough) 빵에 김치소스를 뿌려 먹기도 하고 스테이크 옆에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가 곁들여 나온다. 콩을 숙성해서 나오는 감칠맛이 무엇이냐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잘 알려진 두부(tofu)를 넘어 나토(Natto), 템페(Temph) 등도 소개되고 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식초 발효 소스들도 덩달아 잘 팔린다.

   서점에는 관련된 책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발효식품을 먹으니 더부룩함이 사라지고 똥배가 쏙 들어갔다며 유튜브 쇼츠를 만들어 내고, 김치 만드는 레시피가 인기다. 전에 없던 신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버로우(Borough)시장 치즈 매대 by 세반하별

발효식품에 익숙한 영국 사람들

   인류가 수 천년 동안 음식 저장의 방법으로 활용해 온 발효음식은 사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영국에도 물론 전통 발효 식품 문화가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어도우(Sourdough, 이스트 발효) 빵, 치즈, 요구르트, 맥주, 와인 등등 그 종류도 많고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지에서 발견한 독특한 영국 발효식품에 관해 브런치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영국에서 발견한 낯선 발효 식품들 (brunch.co.kr)


가공식품이 뭐가 나쁘다는 거야?

   가공 식품은 대량 생산의 결과물이다. 그 덕분에 인류가 기아에서 벗어나, 감당할 수 있는 가격(affordable)의 먹을 것이 지천에 널린(available)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가공식품은 쉽게 조리할 수 있고, 미리 입맛에 맞게 반조리되어 있어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음식 만드는 시간을 대폭 줄여줬다. 어디서나 쉽게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중독성 있는 맛에 먹다 보면 또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초 가공식품(울트라 프로세스 푸드, Ultra Process Food) 뭐지?

  서점에 '초 가공식품'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백발의 할머니도 아이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도 한 권씩 담아 간다.  WHO가 규정한 초가공식품(Ultra Preocee Food, UPF)의 정의는 이렇다.


   “ Wrapped in plastic with at least one ingredient that you wouldn't usually find in a standard home kitchen.”  (한 가지 이상의 (식) 재료가 플라스틱으로 잘 포장되어 있고, 일반 가정의 부엌에서 찾기 힘든 것.) (출처 : Ultra-processed foods, diet quality and human health (fao.org))

   

   이에 따르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식품 중 농수산물을 제외한 거의 전 제품이 이 범주 안에 들어간다.

영국 웨이트로스(Waitrose)매장 by 세반하별

현대인들의 질병은 가공식품과 연관이 있다(?)

   요즘 아픈 사람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세다. '비만'과 '2형 당뇨'가 대표적이다. 몸은 비대해지고 뱃속은 더부룩하며 먹는 것에 비해 기운이 없고 빨리 지치기도 한다. 대사기능장애, 심장질환이 늘고 우울증, 치매증 등 정신적인 어려움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예전보다 너무 많이 먹어서 성인병이 많아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비만인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니다. 무엇을 먹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공식품 없이 식생활 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공식품이 신선식품에 비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간편 조리밥, 마트에서 파는 식빵, 점심 샌드위치에 넣은 참치통조림, 저녁 파스타에 들어간 소스. 부엌에 있는 식재료 중 가공식품이 아닌 것이 거의 없다. 문제는 자연식을 즐기려면 무척 많은 에너지와 비용, 시간이 든다. 저소득층 사람들의 성인병 유발률이 중상소득층에 비해 높다는 통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공식품 소비를 피할 수 없다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실현 가능한 일이다.

 


장내 미생물 지킴이, 발효식품.

   발효는 복잡한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소화하기 쉽게 만든다. 몸이 꼭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및 기타 필수 영양소를 흡수하기 쉬워진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이라고 불리는 유익한 세균이 풍부하다. 가공식품 섭취로 인해 잃기 쉬운 소화 건강, 면역 기능 및 전반적인 건강에 필수적인 장내 세균의 건강한 균형을 촉진할 수 있다.  

   현대 식품 관련 연구 결과들을 보면 정기적으로 발효식품을 소비하는 것이 면역 기능 개선, 염증 감소 및 특정 만성 질환의 위험 감소와 관련될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인들이 다양한 발효식품을 식생활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영국 전통 발효식은 육류, 유제품이거나 곡물의 알코올 발효에 강점이 있다. 한국의 김치나 독일의 양배추 피클 사우어 크라프트(Sauerkraut)는 채소를 발효해서 생기는 유산균으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미네랄, 섬유소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방법을 알면 만들기도 쉽고 중독성이 강하지만, 그 특유의 톡 쏘는 신맛이 영국 현지 음식에 잘 녹여내기 쉽지 않았는데, 요즘 여러 가지 시도가 눈에 띈다.  

   버거 패티에 김치를 다져 넣기도 하고, 김치를 갈아 타바스코 소스처럼 뿌려 먹기도 한다. 스카치에그 Scotch Egg(삶은 계란에 빵가루를 묻혀 튀기는데 김치를 갈아 넣어 알싸한 향과 맛을 첨 해보기도 하고 코니쉬 패스티 Cornish Pasty(우리나라 만두소같이 고기 다짐육에 파이 페스츄리를 덮어 만든 영국식 파이)에는 소에 김치를 섞어 만들기도 한다.

   자주 먹었더니 소화가 잘 된다며 김치 담는 노하우를 물어오는 이웃이 있기도 하고, 처음에는 냄새에 질색하시던 시댁 어른들이 돼지고기 김치찌개, 김치전을 찾으시기도 한다. 한국 하면 몸에 좋은 김치 이미지 덕분에 내 손이 바빠진다.



한국 발효식품 문화의 우수성 그리고 건강한 음식은 결국 정성.

   내가 가진 것은 당연하고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매일 먹는 김치, 보글보글 끓여 먹는 된장찌개, 메주 띄워 만드는 고추장, 간장 소스의 건강학적인 장점을 듣고 있으면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인플레이션으로 식비가 무섭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공식품을 줄이기는 더욱 쉽지 않다. 다행히 한국인들은 조상이 주신 전통 한국 발효음식을 활용해서 현재의 식문화에 적용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건강은 경제 논리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다시 생각해 본다.  음식에 정성을 더때에야 비로소 가족 건강의 약이 되고 힘이 된다. 오늘은 뭘 넣고 빼야 조금 더 건강한 식탁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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