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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J Sep 19. 2024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힘, '외로움'

어쩌면 당신도 공감할 30대의 찰나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힘, ‘외로움’ 

- 어쩌면 당신도 공감할 30대의 찰나       


  요즘은 무척 외롭다. 아니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외로웠다. 이 감정은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외롭다.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으면, 일에 잔뜩 시달리지 않으면 외로움보다 더 급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가장 먼저 목 끝까지 치고 올라오는 것이 외로움이다.    

 

  시간이 갈수록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힘이 커진다. 우선 곁에 있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그 이유겠다. 흔한 30대의 루트대로 꽤 많은 주변인들이 가정을 꾸린다. 혹은 짝을 찾는다. 그들이 떠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나도 얼른 짝을 찾아야겠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있음에도 외로운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헤어지고 나서의 공허함은 더이상 경험하고 싶지 않다. 안 맞는 사람과 맞추려는 노력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것도 비참해질 뿐이다.     


  그래서 사람에게로 도망칠 수가 없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서 느낄 외로움은 지금보다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 과거에도 경험해봤고 오늘도 경험해봤으니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 내가 여기서 사라진다면 누군가 나의 부재를 알아채 줄까 하는. 사라진다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말없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가정하에, 그 빈자리를 얼마 만에 알아채 줄 것인가. 그 기간은 며칠이 될 수도 있고 몇 주가 될 수도 있고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몇 년이, 아. ‘영영’일 수도 있겠다.     


  사실은 그것보다 빨리 알아챌 것이다. 가족보다도 친구들보다도 일터에서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챌 테지. 내게 오는 연락 대부분은 일이다. 나라는 존재가 간절해지는 곳은 일터 뿐이다. 뜻밖의 인연이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는 아예 없지만 잊었던 거래처에서 일을 맡기는 경우는 종종 있다. 나다님, 잘 지내셨죠로 시작해 언제까지 가능하실까요, 라는 -   

   

 그럼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세상에서 쓸모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람이 된다면, 과연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가족도 나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슬프고 많이 비참하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이 기분은 나를 너무나 외롭게 만든다. 누구에게도 성가신 존재로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늘 간절하다. 타인은 늘 오답이었다. 그런데 타인에게서 답을 구한 사람이 있을까.     

 

  언젠가 봤던 소설의 한 문장이 기억난다.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으로 30대의 어느날, 새벽 두 시 십팔분에 이 글을 마친다. 언제든 떠날 생각을 한다. 여기에서 저기로, 혹은 더 먼 곳으로. 실은 그건 온전히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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