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가 베란다에 왜 왔을까?
베란다에 다람쥐가 왔어요! 새만 올 줄 알았더니 너무나 귀여운 다람쥐가 왔습니다. 노란 꽃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미는데 꺅~! 영화 속 주인공 앨빈 같이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다람쥐가 노란 꽃을 먹으러 왔을까요? 궁금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scfnCqnZaEg
꽃 바로 위에는 해바라기씨 등이 담긴 피더가 있어요. 주로 참새같이 생긴 멕시코 양진이(House Finch)가 와서 밥을 먹어요. 먹다 흘린 씨앗과 껍질이 이 화분 속으로 들어간 걸 봤었는데 그걸 신기하게도 다람쥐가 찾아냈습니다.
화분 속으로 들어갈 듯 샅샅이 뒤지더니 이젠 다른 화분을 탐색합니다. 그러다가 쓰러트리고 다시 안 세워두고 가네요?
다음은 주변에 비둘기가 흘려 둔 호박씨를 찾아냈어요! 두 손으로 호박씨를 꼭 잡고 돌려가면서 맛있게 먹었어요. 둘째가 만든 새 집에 호박씨와 해바라기씨를 넣어놨는데 요즘 비둘기가 너무 자주 오고 많이 오기 시작해서 통으로 덮어두었어요. 혹시 다람쥐가 통을 들어 올리고 먹을까 궁금했는데 ㅋㅋㅋ 그렇게까지는 안 하고 갔습니다.
멕시코 양진이씨가 흘리고 간 껍질을 쓸어 담아 둔 곳도 확인했어요. 씨앗을 저렇게 난간 가까이에 앉아서 먹기도 했는데 껍질을 휘휘 주차장으로 버리면서 먹었습니다. 아... 숙소 관리하시는 분께서 씨앗 치우라고 하실 수도 있겠어요...
한바탕 먹고나더니 배가 부른지 엎드려서 잠시 쉬었습니다. 제가 살짝 움직였더니 "누구세요?"하고 쳐다봤어요 ㅎㅎ
너무 귀여운 다람쥐가 와줘서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왜 다람쥐가 갑자기 베란다에 왔을까요?
지난 월요일에 저희 집 부엌에서 보이는 나무의 가지치기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다람쥐가 아침마다 밥 먹으러 오던 나무였어요. 울창하던 나무에 사람이 올라가서 한참 동안 가지를 잘랐습니다. "윙윙~" 끊임없이 장비 소리가 났고, 가지는 뚝뚝 떨어졌습니다. 다람쥐의 밥도 함께 뚝뚝 떨어졌습니다.
그만 잘라요! 다람쥐 밥이에요!
소리치고 싶었지만, 제 나무가 아니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아주 댕강! 닭발처럼 자르지는 않았어요. 마치 머리카락 숱 치기처럼 잘라서 나무 형태도 그대로이고 약간 듬성해진 가지 사이로 해가 더 잘 들어요.
그렇지만 다람쥐 먹이가 많이 없어진 것은 확실해요. 왜냐하면 다람쥐가 그전만큼 자주 보이지 않거든요 ㅠㅠ 매일 아침 먹으러 오던 나무에 밥이 없으니 이리저리 헤매던 다람쥐가 저희 집 지붕을 타고 베란다로 온 거였어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날씨와 햇살로 나무가 금세 또 무럭무럭 자라고 거한 밥상이 차려질 거예요. 하지만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을 동안 다람쥐는 오늘처럼 새로운 곳을 기웃거리며 밥상을 찾아야 합니다. 땅에 묻어두었던 도토리를 찾아서 머리를 굴리고 굴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꽃다람쥐를 만나서 너무 반가운 날! 꽃다람쥐 덕분에 사람과 자연의 함께 사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