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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Sep 15. 2023

같은 여자로 바라보니

남편과 결혼을 하고,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결혼과 동시에 시댁과 친정이 생겼고, 

시댁이라는 또 다른 가족이 생긴 것이다.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시댁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시’ 자 들어가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슬프고도 우스운 말이 있는 것처럼...... 

 

많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시댁과 좋은 관계로 이어나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 씁쓸하다.

남편은 1남 2녀 외아들이다. 많지 않은 시댁이지만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를 비롯하여 

시댁 식구들을 향한 나의 마음이 때론 불편할 때가 있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거리감을 두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그러면서 문득 친정엄마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는 8남매 맏며느리로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셨다. 

일 년 농사를 지으면 쌀이며, 채소, 곡식들을 나누어 도시에 사는 시동생들과 시누이들을 챙기셨다. 

언제든지 시댁 식구들이 방문해도 불편한 기색 없이 항상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셨고, 대접해 드렸다.

 

그래서인지 8남매는 서로 우애가 좋았으며, 80세를 넘어 고령이 된 엄마와 시댁 식구와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사이가 좋다. 때론 엄마는 자식보다 시누이를 찾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면 성질 급하시고, 화를 잘 내시는 아버지와 엄마는 자주 다투셨다. 

다투는 부모님을 보면서 불안했던 적이 많았다. 엄마는 아버지와 다툴 때마다 힘들어하셨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는 것을 나중에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되었다.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자식들이 눈에 발 펴 차마 떠날 수 없었다고 하셨다. 

지금은 말씀하신다. 자식들을 위해서 참고 살았더니, 자식들로 인해 기쁘다고…….

 

엄마가 아닌, 같은 여자로 엄마를 바라볼 때 대단하신 것 같다. 

8남매 맏며느리로 시부모님 모시고, 남편 비위 맞추며, 시동생들과 시누이들을 챙기셨던 세월은

힘들고 고단하셨을 텐데.... 남몰래 흘린 눈물이 많았으리라.

시댁을 향한 마음과 자식을 위해 참고 살아온 엄마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가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어보니 존경스럽다. 

엄마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심에 감사하다. 

참고 살아온 엄마의 사랑과 희생 덕분에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삼 남매 잘 자랄 수 있었고, 

가정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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