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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만다라트

나의 생각 #2

by 피제이


한 때 누군가 제게 가장 즐겨보던 스포츠를 물으면 야구라고 답했었습니다. 저는 고향팀 SK와이번스를 좋아했었습니다. 팀명이 SSG랜더스로 바뀐 즈음부터는 야구에 대한 관심도 점점 사라진 것 같습니다. 팀명이 바뀌어서라기보다는 회사에 들어온 시점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가끔 인터넷에서 프로야구 순위를 확인하고는 합니다. 높은 순위에 있으면 잘하고 있구나 하고, 순위가 낮으면 아쉽네 정도의 관심입니다.


야구 이야기를 꺼낸 건 최근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때문입니다. 올해 오타니는 MLB 사상 처음으로 50-50도 달성하기도 했죠. 일본 프로야구 시절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겸하며 출중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과연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 투타 겸업을 이어나갈지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오타니를 실력으로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즈음 화제가 되었던 것이 있습니다. 오타니가 16세였던 고등학교 선수 시절 작성했다고 하는 만다라트였습니다. 만다라트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 가지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8가지의 과제를 나열하고, 그 8가지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또 8가지씩 작성하여 목표 달성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하나의 '발상 기법'입니다. 목표 달성 계획 외에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타니가 16세 때 작성한 만다라트


만다라트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오타니의 만타라트를 보고 놀라웠던 것은 8개의 핵심 과제 중 '운'이었습니다. 오타니가 '운'을 얻기 위해 실천하고자 했던 것을 보면 더 놀랍습니다.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야구부실 청소, 긍정적 사고, 물건을 소중히 쓰기 등 정말 사소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에도 경기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등의 모습을 실제로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오타니가 놀랍습니다. 오타니가 가진 목표에 대한 집념이 대단합니다. 아마도 그가 '운'에 진심인 까닭은 야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최대치의 노력을 하고 있기에 그 너머의 마지막을 채워줄 '운'까지 노력으로 얻고자 하는 오타니. 그래서 오타니에게는 진심이 느껴집니다. 경기장의 쓰레기를 줍는 행동이 결국 '운'을 얻기 위한 행동일지라도, 오타니는 그 자체로서 진심입니다. 그 자체로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 의지를 불태울만한 목표 설정.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솔직히 저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눈 감기 직전까지 찾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요? 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꼭 찾을겁니다. 하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두 그렇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식상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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