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jung Seo Dec 05. 2016

Nick Knight Image

닉 나이트 사진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잇는 포토그래퍼로 손꼽히는 닉 나이트의 전시가 대림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닉 나이트는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의 결합을 시도한 1세대 작가로, 과감하고 실험적인 촬영기법으로 일찌감치 사진계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이미지-메이커(Image-Maker)라 칭하며 다큐멘터리에서 패션 사진, 디지털 영상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에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http://theimpression.com/nick-knight-interview/

닉 나이트의 이번 전시는 스킨헤드, 초상사진,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페인팅&폴리틱스, 정물화&케이트, 패션필름 총 여섯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닉 나이트는 이번 전시가 자신이 만든 작업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며, 과거의 영광에 대해 말하려는 것 또한 아니며, 우리가 열어야 할, 열렸으면 하는 인식에 관해 다루고 싶었다고 합니다.




SKIN HEAD ㅣ 스킨헤드

스킨헤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가리키는 요즘의 의미와 달리 1960 후반 런던의 노동자 계층에서 시작되어 70년대까지 짧은 민머리, 독특한 패션 스타일과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영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하나의 문화였습니다. 닉 나이트가 카메라에 담은 스킨헤드 역시 정치적 의미가 담긴 모습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지닌 또래들의 패션, 음악, 일상에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그는 스킨헤드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자유분방함과 거침없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었습니다.

입술 안 쪽 SKINS 타투를 보여주거나, 킥을 날리는 모습, 타투를 하고 있는 모습 등 사진 속 스킨헤드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는 닉 나이트가 단순히 그들의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스킨헤드와 일상을 같이 하며 그들의 생활을 담아내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PORTRAITS ㅣ 초상사진

SKIN HEAD의 강렬한 문화를 체험한 후 우리는 닉 나이트의 독창적인 초상사진 스타일을 만나게 되는데요, 두 번째 공간의 초상사진 시리즈는 닉 나이트가 본격적으로 패션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게 된 계기의 사진들입니다. 그는 아이디(i-D) 매거진의 의뢰로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모델, 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을 촬영하는 초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닉 나이트는 사진 속 인물의 표정, 자세, 움직임을 하나하나 제시하고 그들의 이미지를  더 각인시킬 수 있는 소품을 활용하여 인물들의 특징을 강하게 부각하여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고 합니다. 인물에 어울리는 다양한 소품, 강렬한 흑백의 대비 이 공간에서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풍기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DESIGNER MONOGRAPHSㅣ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디자이너 모노그래프의 사진들은 닉 나이트가 요지 야마모토, 마틴 싯봉, 질 샌더와 오랜 기간 협업하며 여성에 대한 당시 패션계의 보편적인 시선에 도전하여 정형화된 이미지의 변화를 보여준 파격적인 화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Red Bustle, Yohji Yamamoto, 1986

이 공간의 사진들은 기존 패션 화보들의 틀을 벗어나 닉 나이트만의 독특한 화보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나 시선을 끌었던 사진은 바로 요지 야마모토와 의 협업으로 완성된 'Red Bustle'이었습니다. 화이트 배경과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블랙 실루엣과 레스 버슬 이 세 가지 색상이 이루는 강렬한 이미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닉 나이트는 모델과 모델이 입은 옷을 블랙 실루엣으로 처리함으로 표정이나, 옷의 디테일을 보여주지 않고, 버슬의 색상, 질감, 버슬이 받는 빛, 그림자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 모든 색채를 다 보여주려는 기존의 패션 화보에서 탈피해 패션 그 자체를 보여주려는 닉 나이트만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이미지 메이킹 방법 화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Susie Smoking, Susie Bick for Yohji Yamamoto 1988
Tatjana Patitz for Jil Sander 1992

기존의 패션 화보에서 요구하던 여성성을 벗어난 중성적인 분위기의 Susie Smoing화보, 모델의 얼굴이나 몸매는 그러나지 않고 오로지 드레스의 섬세한 주름, 색상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Tatjana Patitz 등 다양한 사진에서 오는 색감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PAINTING & POLITICS ㅣ 페인팅&폴리틱스

페인팅&폴리틱스의 사진들은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 공간은 다양한 기법을 도입해 표현을 극대화하고 그로 인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공간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및 브랜드와의 캠페인을 통해 '미'의 전형적 가치관과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프로젝트 화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Devon Aoki for Alexander McQueen (좌) /  Dolls I, Micky Hicks, 2000 (우)

닉 나이트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알렉산더 맥퀸의 옷을 입은 아오키 이 화보는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의상과 이마에 핀을 꽂은 모습, 양쪽 눈의 색상이 다른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90년대 후반 세기말의 암울함과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요, 닉 나이트는 사진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당시 사진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Pink Powder, Lily Donaldson wearing John Galliano 2008 (좌)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인도 홀리 축제에서 다양한 색상의 파우더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걸을 때마다 핑크색 파우더가 흩날리는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를 이용해 닉 나이트는 모델이 움직일 때마다 파우더가 날리는 장면을 포착했고 그 위에 디지털 기법을 활용하여 초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화보를 완성하였습니다.

사진이라는 장르에 여러 가지 기술과 기법을 도입해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나간 닉 나이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STILL LIFE & KATㅣ 정물화 & 케이트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정물화의 섬세한 표현 방식을 응용하여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문 작품들과 3D 스캐닝 및 프린팅과 같은 실험적 표현기법을 결합한 조각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 곳의 사진을 감상하며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언뜻 보면 사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캔버스에 물감이 흘러내린 듯한 인상을 주는 이곳의 사진들은 잉크가 쉽게 흡수되지 않는 특수용지를 사용해 열과 수분을 세심하게 조절하여 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잉크가 흘러내리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3D 스캔으로 이루어진 케이트 조각상, 특수한 기법으로 촬영한 케이트의 화보 등 닉 나이트의 과감한 기법이 사용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FASHION FILMㅣ 패션필름

마지막 존인 '패션필름' 공간에서는 애니메이션, 3D 촬영, 비디오 콜라주 등을 접목한 최근 작품들과, 20여 년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과의 협업 영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닉 나이트는 더 이상 단순한 사진작가라고 말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더 이상 사진은 사진 그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기법들과의 결합하여 새로운 한계란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닉 나이트는 사진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삶을 담아내고, 혹은 미래를 담아내고 강렬한 색을 담아낼 수 있으며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존의 기법이나 구도, 이미지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간 그에게서 한계란 없다, 한 분야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야 틀을 깰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

http://www.daelimmuseum.org/onViewTab1.do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105&contents_id=12596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