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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샤인 Mar 02. 2024

내가 빵에 집착하는 이유

30여 년 전 생의 첫 심부름의 기억




“유미야 나가서 호빵 좀 사 와”




당시 6살 정도였던 나는 분명히 호빵이라고 들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마트로 들어가서

카운터 옆에 있는 호빵을 들고

“아줌마 이거 호빵 맞죠?” 몇 번이나 되물었다.




집에 가서 호빵을 내밀자 불호령이 떨어졌다.




“식빵 사 오랬지 누가 호빵을 사 오랬어? “

“이거랑 그것도 구분을 못해?”



“잘못 사 왔으니깐 너는 먹지 마”





심부름을 시킨 사람은

20살 정도 되는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언니는

우리 아빠와 바람이 났던 아줌마의 딸이었다.





그 언니는 내 남동생에게는 호빵을 데워줬다.

넌 (남동생) 귀여우니깐 이거 먹고

너는 (나) 멀리서 쳐다보기만 해.




동생은 내 눈치 보면서 호빵을 먹었고,

나는 멀리서 그 언니와 남동생이

호빵 먹는 걸 가만히 쳐다봤다.





아이를 셋이나 키우기 힘들었던 우리 엄마는

내가 4-6살 때 아빠 & 아빠와 바람난 아줌마에게

나와 내 동생을 맡겼다.





아들 둘을 키우는 중인 나는

이 시기에 얼마나 아이가 엄마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고

투정 부릴 때인지 너무 잘 안다.

항상 기죽어 있고 눈칫밥 먹던

그러면서 동생은 잘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은 큰…

그 작은 6살 여자아이의 모습에 나는 아직 갇혀있다.




좋은 글, 읽으면 행복해지는, 사랑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데
자꾸 이런 구질구질한 기억들이 나의 글쓰기를 가로막는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나의 여러 가지 크고 작았던 상처들을 덜어내어

참을 수 없이 가볍도록 만들어보고 싶다.

쓰면 확실히 치유되니깐. 그 힘을 믿는다.





가끔 내가 이런 기억 때문에

그렇게 빵에 집착을 하나? 싶을 때가 있는데





응 그건 아니야.
그냥 네가 빵순이야.





*글 속에 등장하는 유미는 가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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