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가장 오래된 단짝 친구인,
호순이 이모는 홀어머니에 외동딸로-
국민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우리 외갓집의 문간방에 세를 들어 살았고,
홀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 후에도,
계속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같은 학교에 다녔으니-
엄마와 호순이 이모는,
서로의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너무 잘 알면서
완전히 같이 자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심리적인 아버지의 부재’ 라는 공통점이 두 분
사이를 더 강한 유대감으로 맺어줬던 것도 같다.
아무튼, 두 분은 그렇게..
아이에서 소녀로, 숙녀에서 아줌마로-
성장하면서 내내 함께 였고..
그래서 내 어린 기억 속에서도,
호순이 이모와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호순이 이모가 사라졌다.
IMF 사태 때보다 이전이었던 것 같은데,
남편의 사업이 잘못 되어서, 거의 야반도주 하듯이-
아이들과 함께 온 식구가 종적을 감춘 것이다.
당시에..
우리 엄마도 약간의 금전적인 손해를 보셨는데,
엄마는 자신의 손해보다 호순이 이모의 안위를
더 많이 걱정하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 후로, 풍문처럼..
호순이 이모네가 미국으로 건너갔고,
불법체류자가 되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내 기억에서,
이모의 존재가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6년 전, 그 호순이 이모가 다시 돌아왔다!!!
한 달여의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온 호순이 이모는,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 엄마를 찾아왔고..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집 전화번호는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기에, 연락하기란 너무 쉬운 일이다^^)
20년 넘게 헤어져있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두 분은 다시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꼬옥 붙어서.. 같이 여행까지 다녀오셨다.
나중에, 엄마한테 들은 바로는..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지내는 동안,
이모의 남편이 바람이 나서 결국, 이혼을 했고..
호순이 이모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흔히 예상할 수 있듯이-
마트, 세탁소 등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악착같이 돈을 버셨다는데..
얼마나 독종이었는지.. 이제는, 건물을 몇 채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여유가 많이 생기셨단다.
게다가, 몇 년 전에는 이모도 좋은 분을 만났는데-
재미교포인 그 분이 미국시민권자라,
재혼을 하면서 이모도 영주권을 얻게 되면서,
드디어! 그립던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였다.
호순이 이모가 미국으로 돌아가고 난 뒤부터,
우리 엄마는 카톡 사랑에 완전히 푹! 빠지셨다.
두 분이 내내..
카톡으로 수다를 떨고 계신 거다. ㅋ
나이 70에도, 친구들끼리는 서로 유치하게-
어린애처럼 논다는 사실을 새삼 목도하며,
나도 덩달아 유쾌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몇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호순이 이모가 재혼을 했던 그 분은,
암으로 돌아가셨고..
이모는 여러 번 더 한국과 미국을 오가시더니-
올 초에는, 아예 영구 귀국을 하셨다.
생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보내고 싶다며,
미국 생활을 다 정리하고 돌아오신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 엄마가 완전히
신이 나 있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ㅋ
무려 65년지기 친구.
도저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 그 우정의 깊이..
두 분의 우정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속될 수 있기를..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