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갓집의 장남이자, 집안의 장손이었던-
그리고 우리 엄마의 오빠인, 큰 외삼촌은..
육사를 졸업한 직업 군인이었고,
외할머니의 자랑이었다.
지금이야,
육사나 군인이 뭐 그리 대단하겠냐마는,
박정희 - 전두환 -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 정권 시절에는.. 정말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었다.
그러다보니, 할머니의 큰 외삼촌에 대한
사랑과 기대와 집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외갓집의 모든 일들은 오직, "큰 외삼촌을 위해서만
돌아간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도 뭐..
큰 외삼촌이 계속 군에 있을 때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진급에서 누락된 큰 외삼촌이 전역을 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덤비면서부터.. 였다.
군인 출신이다보니,
세상 물정은 너무 모르는데, 용감하기만 해서-
번번히 속고, 사기 당하고, 망하고...
그러면서 할머니가 모아놓은 재산을,
(무려 4채의 집을!) 깔끔하게 말아 잡수셨다;;;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
딱 한 채가 남았을 때다.
그 집은, 엄마의 할아버지 시절부터 살아왔고-
할아버지에게 시집 온 할머니가 살면서,
엄마와 형제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나까지도 추억이 많이 깃든, 그런 집이었는데..
엄마를 비롯한 딸 셋은 차치하고,
이 집은 내꺼니까, 절대 건드리지 마라!
하고는, 막내 외삼촌이 마치 알박기를 하듯이-
그 집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살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할머니는 그 집까지도 아무도 모르게,
큰 외삼촌에게 대출 담보로 제공해주셨고-
결국엔, 그 집도.. 홀랑! 넘어가 버렸다. ㅠㅠ
그러니, 화가 난 막내 외삼촌 입에선-
"두 번 다시 할머니도, 큰 외삼촌도 안보겠다."
라는 소리가 나올 만도 했고..
그길로, 막내 외삼촌은 할머니를 떠나버렸다.
정말로 더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 였다!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된 할머니 때문에,
잠 못 이루면서 고민하던 우리 엄마가..
힘들게 아버지와 상의해서,
"모시고 살테니 우리 집으로 오시라." 고 해도,
할머니는 싫다고.. 평생 살아온 동네를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셨고..
결국엔 우리 부모님이 할머니가 사시던 동네에
작은 전세집을 하나 마련해주셨는데..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등장한 우리의 큰 외삼촌.
할머니에게 자기가 모시고 살테니,
전세금을 빼달라고.. 허거걱!
그 다음은, 누구나 예상이 가능하지 않은가..
전세금만 날리고, 할머니는 또 다시 길바닥에.. ㅠ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모자지간의 악연을 끊을 수 있을까...
(휴….. 정말 한숨 밖에 안나온다;;;)
곧 죽어도 딸네 집에서는 안 살겠다는,
말도 안되는 똥고집 때문에.. 할머니는..
월세 집을 거쳐, 현재는 요양원에 계신다.
사고뭉치 큰 외삼촌은, 이후에..
억지를 부려, 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잠시 일 하다가,
건방 떨며 사고를 하도 많이 쳐서, 결국엔 잘렸고...
(이로써 남매지간도 완전히 의절하게 되었다;;;)
택시 기사를 거쳐, 경비 일을 하셨다고..
풍문으로 들었다.
할머니의 ‘지독한’ 큰 외삼촌 대한 ‘편애’ 때문에,
다른 형제들 간의 사이도 모두..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버렸는데..
이를 그저 "자업자득" 이라 하기엔,
왠지 할머니의 삶도 너무 처연하고, 애달프다.
학교라곤 근처에도 못 가본 까막눈에,
15살에 시집 온, 남편은 폭력적인 알콜중독자였고,
18살에 낳은 장남이자 장손은,
무능력한 사고뭉치 - 사업 실패자 였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요양원으로 가시기 전의 어느 추석이었는데-
니네 엄마가 너무 고생하는데,
내가 안 죽어서 큰 일이야.. 큰 일이야…
이 말만..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반복하고 계셨다.
울컥! 하면서, 얼마나 짠- 하던지..
눈물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가
그렇게라도 살아계셔서 좋으실 거예요.
이제 더 이상은 삼촌이 사고칠 일도 없으니,
그냥 오래 오래.. 건강하기만 하세요....
앞으로 7년.. 힘내서, 백세 채우자고요!!!
아자아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