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이는, 큰외삼촌의 딸로-
나보다 생일이 2달 늦은, 동생이었다.
말이 동생이지-
우리는 그냥 친구였고.. 나름, 죽이 잘 맞았다.
은영이는 닭발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외숙모가 하얀 닭발을 솥에 푸욱- 삶아주면..
둘이서 그걸 쪽쪽- 빨면서 놀러다녔던 기억이 난다.
(난생 처음 삶아진 닭발을 봤을 땐-
혐오스런 마음에.. 속으로, '이걸 어떻게 먹지?'
했다가.. 너무 맛있게 먹는 은영이를 보고-
호기심에, 따라서 먹어 보게 되었는데..
한번 맛을 들이고 나니, 묘하게 중독되어-
나는 지금도 닭발을 엄청 좋아한다^^)
은영이의 아빠였던,
나의 큰외삼촌은.. 직업 군인이라-
은영이네는 부대 안 사택에서 살았었고,
군의 발령에 따라..
자주 이사를 다닐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곳만 해도.. 서울, 수원,
천안, 양구, 인제, 창원, 마산 등 이었으니-
거의 전국구 수준(!!)의 잦은 이사로,
친구를 거의 사귈 수 없었던 은영이가
많이 힘들어하고 슬퍼했던 기억도 난다.
(요상했던 은영이의 말투도..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팔도 사투리가 다 섞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은영이가 힘든 사춘기를 보내던 중-
큰외삼촌이 진급에서 누락되고,
전역을 하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마산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는데-
드디어 이사는 끝났다고..
정말로 좋아했던 은영이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사업을 시작했던 큰외삼촌이 번번히 망하면서,
결국, (할머니의 도움으로)
고기집 - 식당을 차리게 되었는데..
같이 장사 일선에 뛰어들었던 외숙모가
손님과 바람이 나서,
몰래 가게를 팔아치우고 도망을 가버렸다고...
(당시에 외할머니로부터 들은 바는, 이러했다;;;)
그때부터,
은영이의 인생도.. 꼬이기 시작했다 ㅠㅠ
갑작스런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남동생을 건사해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맞게 된 새 엄마라는 사람은,
젊은 처녀였는데..
정말 삼촌보다 더!! 대책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던 은영이를
마치 돈 벌어다주는 기계마냥-
얼마나 괴롭히면서 가스라이팅을 했는지..
은영이가 회사의 공금까지 횡령하게 만들고,
결국 잘리게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자신이 낳은- 어린 이복 동생을
은영이에게 아들처럼, 대신 키우게 만들더니..
그 동생을 다 키우기 전까지는,
절대 시집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단다. ㅠㅠ
오랜 시간 동안-
웬수 같은(!!) 아빠와 새엄마에게 족쇄 채워져,
암흑 속을 헤매고 있던 은영이를.. 보다 못해,
삐요~ 삐요~~ 구출조가 출동했다!!!
그 구렁텅이에서 은영이를 구출할 방법은,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우리 엄마와 막내 이모가 본격적으로 나서서-
작전을 짜고, 실행에 돌입한 것이다.
결국, 막내 이모가 찾아낸 남자와 맞선을 보고,
바로 결혼까지 골인! 하게 된 은영이는..
그제야 큰외삼촌네에서 해방이 되었고-
자영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낳아서,
지금은 네 식구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 사이, 은영이는 소식이 끊어졌던 외숙모 -
친엄마와도 다시 연락이 닿게 되었다는데..
나중에 전해들은 바로는-
외숙모의 바람은 외할머니의 완벽한 오보였고;;;
(그럴 정도로, 장남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나름은, 지켜주고 싶으셨던 듯 하다;;;)
당시의 외숙모는 큰외삼촌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포기하고 도망을 가신 거였다고 한다 ㅠㅠ
고생 많았던.. 착한 사람들의 해피 엔딩!!
이제 은영이는 큰외삼촌네와는 완전히 의절하고,
외숙모와 같이 오순도순- 재미나게 잘 살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 아쉽게도..
친가 쪽인, 우리와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지만-
그래도 은영아~
난 니가 행복해서 참 좋아!!!
너.. 아니?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내 인생의 첫번째 친구가.. 바로 "너" 였다는 거!!
말은 안 해도, 니 소식은 sns를 통해..
이 언니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거~ ㅋ
조만간, 외숙모가 삶아주는 닭발 얻어 먹으러-
은영이네에 불쑥-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