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의 온천장에 있었던 우리 외갓집은,
엄마의 할아버지 시절부터 살아왔던 한옥으로-
집 자체는 오래 되고, 낡았으나-
본 채에, 사랑채까지 있는..
정원과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어린 우리에게, 외갓집은..
동물원과 식물원이 되어주기도 했는데-
집 안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마당에는 여러 마리의 개가 있었고..
정원에는, 각종 꽃들을 비롯하여-
감 나무, 사과 나무, 대추 나무,
석류 나무, 무화과 나무, 모과 나무 등이
무성하게 심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종 나무에 열매가 주렁 주렁 열리면-
외할머니가 그걸 따서,
우리에게 간식으로 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무화과와 석류를 엄청 좋아했더랬다.
그 맛이,
얼마나 새롭고 달콤하고 향기롭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시중에선 구하기 힘든 과일이었던 것 같다.
외갓집 외에 다른 데서 본 기억이 전혀 없으니까;;;)
"그 때의 그 맛!" 을 잊지 못해서-
지금도 나는, 무화과와 석류만 보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반드시 꼭 사서 먹어 보거니와.. 먹으면서 늘-
옛날 외갓집을 아련하게 추억한다.
이제, 내 기억 속의 그 외갓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사업을 하다 망해버린, 큰 외삼촌 때문에..
담보였던 그 집이 넘어가버렸고,
인수한 채권자가 집을 다 허물어 버리고,
그 자리에 빌라를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ㅠㅠ
내 어린 날의 소중했던 추억이 가득 했던 곳-
이제는 절대 다시 가 볼 수 없기에..
더 많이, 때론 사무치게, 그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