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미동 Sep 06. 2023

마감은 역시 국밥에 소주 한잔

전주 소문난 순대


지지난 주 전주를 다녀왔다.

생각보다 일은 일찍 끝이 났지만 

돌아오는 열차표를 여유 있게 끊어 놓아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전주니까 콩나물국밥에 모주나 한잔 할까 생각을 했지만

그건 친구들이랑 놀러나 왔을 때 즐기면 좋을 듯하고

하루 일을 마감하는 데는 역시 순대국밥에 소주 한잔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판단.

그나마 전주역에서 가까운 순대국밥집을 찾았다.


간판은 색이 바랬고 작은 규모의 국밥집이었다.

안에는 이미 손님이 여럿 있었는데.

우선 안쪽에 젊은 남녀가 순대국밥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열 4인석엔 아저씨 한 사람이 동료를 기다리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또 두 명의 아저씨가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한 4인석에서는 한 명의 아저씨가 국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니깐 내가 들어갔을 때엔 겨우 한 식탁만이 남아 있었다. 다행!


내 자린 벽에 반원형으로 붙어있는 동그란 식탁이었는데

잘하면 3인까지는 앉을 수 있겠다.

앉자마자 순대국밥에 소주 한 병을 주문했는데

금방 머릿고기에 반찬이 나왔다.

워우!

국밥을 기다리면서 소주 한잔 때리고 있으면 딱이다.




머릿고기는 데우지 않은 식은 상태로 썰어져 나왔는데

뭐 계절은 아직 여름이니 굳이 데울 필요는 없겠다.

단단하게 씹히는 맛도 괜찮다.

같이 나온 새우젓에 먹으니 이만큼 좋은 술안주도 없다.





머릿고기에 소주 두어 잔을 했더니 국밥이 나왔다.

국밥은 굳이 양념을 추가로 안 해도 좋을 만큼 붉다.

하지만 간은 심심하여 새우젓을 넣었다.

그리고 들깨가루와 후추를 추가하였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부추를 얹는다.






수저로 뒤적이니 내용물인 곱창과 순대 간 등이 나왔다.

머릿고기는 따로 나왔으니 국밥에는 들어 있지 않다.

순대는 잡채 순대와 피순대가 들어 있는데

비교적 많지는 않았다.

머릿고기를 뎁혀 먹으려면 국밥에 말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식어있는 그 맛도 좋아서 따로 그러지는 않았다.

대충 건더기를 먹고 소주가 반 병이 남았다.

이제야 국밥의 시간이다.


나머지 소주는 그렇게 국밥에 마셨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마시니 배가 풍성해졌다.

마음도 풀어져서 마침 소나기처럼 굵은 비가 내렸는데 하나도 걱정이 안 되었다.


국물까지 몽땅 마셔버리니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대로 두둥실 집으로 떨어졌으면...


결국 식당엔 나만 남아버렸다.

비는 그치지 않았고 우산을 펼쳐 들고 전주역까지 걸었지만 신발은 반쯤은 젖어버렸다.


아마도 전주에서 처음 먹은 순대국밥이 아니었을까...

역에서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는데 열차는 몇 분이나 지연이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가는 인파 속에서 나는 한강의 밤섬처럼 둥둥 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어머니와 선지해장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