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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수 Dec 13. 2021

막간 월요 수필 - 위시리스트 : 도서 편

2022, 한 가지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2021 연말맞이 위시리스트. 어려서부터 요리책 읽기를 좋아해서 엄마의 요리책은 거의 다 독파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시도하지는 않고 그냥 단지 음식 사진과 그 음식을 만드는 과정, 맛과 모습을 묘사한 글을 보기만 좋아하는 다소 이상한 습관을 지녔다. ㅎㅎ(이상하다기 보단 귀차니즘)



 500가지 시리즈  하나로 출판된 맥주편인데 저자가 맥주의 풍미와 색깔을 묘사해놓은 톡톡 튀는 글솜씨가 일품이다.

특히 저 '얼을 빼려면  초콜릿으로 된 디저트와 같이 대접하라.'는 문장.


왠지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한 나란 덕후는 이 문장 하나로 영화 <This means war>의 크리스 파인과 톰 하디가 이 책을 보고 저 문장에 꽂혀서 저 맥주를 구하러 벨기에까지 가는 거다. (영활 보신 분은 단박에 이해가능)

그런데 그마저도 둘이 치고받고 싸우다가 결국 구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자신들이 아닌 제3의 남자가 저 맥주와 초콜릿 디저트까지 준비해서 리즈와 사이좋게 디너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CIA 사무실에서 같이 보게 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란 여자 정말 피곤한 감성을 지닌 여자..^^)


맥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없지만

칭따오 병맥주(개인 취향입니다)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파는 미니 쥐포를 청양고추 팍팍 썰어놓은 마요네즈 간장에 찍어먹다 보면 세상이 좀 살만해진다.


이를테면 그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닌 추억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 언젠가 인디음악 페스티벌에서 일회용 컵에 맥주를 따라 마시던 추억. 투명한 플라스틱 컵 안에서 출렁이는 황금물결만큼 함께  5월의 푸른 잔디밭 위에서 일렁이던 관객들.


엄마와 강원도로 무전여행을 갔을 때,

해변가 민박집 노천 식당에서

파도를 보며 매운탕을 안주삼아 마셨던 쏘맥.


애인과 썸을 탈 때 함께 갔던 역전 호프집에서 처음 마셔봤던 코젤 다크.

커다란 맥주잔 입구에 뿌려진 알 굵은 갈색 설탕과 계핏가루.

탄 달고나의 끝 맛 같은 흑맥주를 한 모금하고서

입술에 설탕가루가 묻어있을까 훌훌 털어내던 내숭 떠는 나까지.


이것들은 모두

기억을 넘어선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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