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Prologue
비어있는 고요한 교실을 바라보며 교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략 5시간 동안 그리 넓지 않은 한 공간에 모인 각기 다른 25명의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2월의 어느 날, 내가 뽑은 종이에 이름이 적혀있단 이유만으로 나와 함께 1년을 보내게 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볼 때면 외면하고 싶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들에게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다란 존재가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책임이 너무 커 버거운 감정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나는 이제 6년 차에 들어서는 교사이다. 나는 어떤 문장으로도 교사를 한 번에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가져야 하는 책임이, 해야만 하는 의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그 의미가 조금이나마 또렷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리 열정적인 교사는 아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미지근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뜨거웠던 시기가 있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나의 노력이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에 미치지 않은 결과를, 때로는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면서 나의 온도는 점점 낮아져 갔다. 그럼에도 내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싶게끔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이 있기에 내가 학교에 가고, 교사의 시선으로 글을 쓰고 싶게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겁도 많다. 그래서 입 속에서 망설이는 말들과 터져 나올 듯이 넘쳐나는 생각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때가 많다. 그것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 글이다. 글 속에서 나는 자유롭고 나다울 수 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내가 바라보는 학교, 사회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을 글로 그려보려 한다. 교사이면서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