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부재중 전화 3 통과 수많은 광고 문자 속 한 문자
‘안녕하세요. A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입니다. B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 맞으시죠? 연락 부탁드립니다.’
2020년 3월 어느 토요일 오전 9시쯤이었다. 그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도 연기되었던 터라, 아이들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학급 명부의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훑으며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 전교생 학부모님께 전체 문자를 보낼 수 있을까요? 아이가 실종이 돼서요. H 학생 담임 선생님 맞으시죠? “
H. 얼굴은 몰랐지만, 이름을 듣자마자 명부를 다시 훑어보지 않아도 우리 반 아이란 건 알았다. 유명한 아이였다. 아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H는 특수 반 아이기도 했다. 그런 아이의 이름이 경찰관 입에서 나오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 날 저녁 자전거를 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H.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이였지만, 무서웠다. 손이 덜덜 떨렸다. 엄밀히 따지면 H는 나에게 그저 남이었다. 내가 아는 건 그 아이의 이름과 나이, 성별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내가 느꼈던 감정들은 어디서 나온 것이었을까. 밤에 나간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아침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딱하기도 하였다. 현재의 H가, 미래의 H가 걱정스러웠다.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긴 어려운 마음이었다. 여러 복합적인 마음을 눌러 담고 나는 이 사실을 학년 부장님께 전달했다. 학교에서는 전체 문자를 보내고, 거의 모든 부장님들과 선생님들이 학교로 나와 함께 H를 찾기 시작했다.
“누구는 교직 평생 겪지도 못할 일을 2년 차에 경험하네요.” 내가 학교에 도착하자 한 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감정이 들었지만, 너무 한 순간에 겪어보지 못한 일이 한 번에 휘몰아치니 실감이 잘 나지 않기도 했다. 학교 일을 경험한 지는 고작 1년.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로 인한 개학 연기에, 그 상황에서 실종된 내 학급의 아이. 전체 문자를 보내달라는 경찰 측의 연락에 주말을 반납하고 나온 많은 선생님들. H가 다른 반 아이의 일이었으면 내가 학교에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부끄러웠다. 현실 세계로부터 붕 떠있던 나를 현실로 끌고 내려온 건 학교 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학년 부장님이었다.
“강가를 둘러보는데 다리 밑에 구멍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
‘아이를 찾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골든 타임이란 게 있어요. 아이를 늦게 찾을수록 아이가 살아있을 확률이 낮아져요.” 경찰관님께서 내 걱정을 거들었다. 오늘 해가 지기 전에는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함과 초조함이 커져만 갔다.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아이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전단지를 잔뜩 뽑은 아이의 아버지가 잠시 학교에 들렀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우리도 흩어져 학교 주변을 다시 한번 살피기 시작했다. 구역별로 팀을 나눠 나간 선생님들. 더 먼 곳을 수색하는 경찰들. 눈물을 머금고 전단지를 붙이는 아이의 아버지.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 아이를 찾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너무 낯설고 역겨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아이 찾았대요.”
그 말 한마디가 공기를 바꿔놓은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들리던 안도의 한숨. 눈물을 보인 부장님. 그럴 줄 알았다는 선생님. 각기 모습은 달랐지만,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친구의 집에 있었다는 아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영화 같았던 하루가 한순간에 막을 내렸다. 선생님들과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아마 교직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했던 순간이었을 거다. 앞으로 가져야 할 마음, 부장님의 눈물의 의미, 오늘 내가 가졌던 감정들과 생각들, 이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을 자격이 있는지. 그날 먹은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사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