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리포터LAB 블로그(2) 모두연 세미나 참석 후기
※ 이 글은 테크포임팩트-누구나리포터LAB 활동에 참여하며 2025. 1. 26 작성된 글입니다.
지난 1월 23일, 모두의연구소 강남캠퍼스에서 열린 "CES 현장 브리핑 - AI 연구의 미래"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는 정지훈 교수(DGIST, Asia2G Capital)가 연사로 나서 CES 2025에서 주목받은 AI 기술과 연구 동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테크 분야 입문자인 나로서는 정지훈 교수도, CES에 대해서도 사전 지식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이들이 와서 CES가 테크 업계에서 갖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주최 측인 모두의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세미나는 역대 최다 신청자로, 정지훈 교수 역시 “쉽게 모시기 어려운 분”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CVO)로도 활약하고 있다고.)
어쨌든 오늘 메인 주제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대해 잠시 설명하자면, 세계 IT 및 전자업계가 한 해의 기술 트렌드를 선보이는 행사로, 특히 AI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무대로 알려진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2025년 1월 7일~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소개된 AI 연구 최신 흐름과 국내 AI 산업이 직면한 과제들을 위주로 이야기 들어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 Physical AI라는 키워드였다. LLM도 아직 벅찬 나에게 이건 또 뭔 소린가 싶었지만,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최근까지 LLM 기반 AI는 인터넷 상에 텍스트 위주, 즉 인간이 생산한 지식이나 관념에 기대어 있는 형태였다면 여기에 시공간 개념이 더해지면서 보다 현실 세계에서 인간 삶에 물리적 영향을 끼치는 형태의 AI가 진화한다는 의미 같았다. 기술적으로는 On-Device AI(디바이스 내장형 AI)라 불리며, 클라우드나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개별 기기에서 직접 AI를 구동하기 때문에 향후 AI 연구에서 더 작고 빠른 모델을 통해 리소스 절약해주는 기술들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CES 2025에서도 이러한 피지컬 또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단순 소프트웨어 기술을 넘어서 하드웨어와의 결합, 자율주행, 로보틱스,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에서 연구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 교수는 "AI 연구는 이제 가상 공간을 넘어 현실과 직접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AI가 실제 환경과 결합하는 방식이 핵심적인 화두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CES 2025에서 공개된 AI 기반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 중에서도 특히 스마트팩토리에서 AI가 생산 공정 최적화에 사용되고 있으며, 의료 AI는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치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데이터 분석 중심 AI에서 물리적 세계와 연결된 AI로 전환되는 중요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Physical AI로의 전환이 현재 LLM 중심의 AI 연구에 가져올 영향에 대한 얘기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정 교수는 "LLM은 기존의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 학습에는 강하지만, 현실 세계와의 연결성에는 부족함이 있다"며 Real-World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과 그 난이도에 대해 언급했다. LLM은 인터넷 상 데이터나 문서들을 학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병원에서 실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과, 기존의 환자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문서 기반으로 조언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정 교수는 "Real-World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이 부족하면 AI 모델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IoT, 센서 데이터, 사용자 피드백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Real-World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당장은 아직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그는 "현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높은 비용과 복잡성이 수반되며, 특히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주요한 도전 과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CES 2025에서 엔비디아(NVIDIA)의 행보도 큰 관심을 끌었는데, 정 교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여전히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연구가 발전할수록 컴퓨팅 파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이를 활용한 엔터프라이즈 AI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반도체의 발전은 AI 모델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엔비디아는 최근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를 발표하며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려 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맞춤형 칩 개발에서 인텔, AMD, 구글 등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AI 반도체 시장은 맞춤형(Custom AI Chips)과 범용 AI 칩(General AI Chips)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미나에서 정 교수는 AI 연구의 중요한 키워드로 "개방성"과 "현실과의 연결"(Open & Real-World AI)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AI 연구는 점점 더 개방(Open Source)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협력을 통해 더욱 발전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픈소스 AI 프로젝트들이 증가하면서, 기업과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AI 연구의 민주화를 촉진하며 보다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개방과 협력에서 비교적 취약한 한국으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일본이 AI 연구와 반도체 산업에서 다시 한번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반도체 및 AI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면서, AI 기술 발전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AI 연구자들에게 있어 앞으로 연구 전략과 기술 협력 방향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해준다.
이번 세미나는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자리였지만 비전공자인 내게도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가상공간(인터넷)을 통해 인간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광활한 기술적 혁신을 이뤘지만 결국 인간 삶이 영위되는 물리적 공간, 혹은 가상공간 (인터넷)과 현실 세계 간의 연결(소통)이야말로 기술이 지향하는 궁극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누구나리포터LAB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LLM 이후의 AI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누구나리포터LAB 활동을 하면서 모르는 지식이나 정보가 있을 때 챗GPT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인데 얼마전 문답을 주고 받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평소 '질문충'인 나는 주변인들에게도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언제부턴가 사람(인간)에게 질문할 때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 AI에게는 몇 번을 되물어도 미안하지 않고, 나를 귀찮아하지도 않을 것이며, 쓸데 없는 주제로 아무거나 물어봐도 괜찮다는 점에서 인간과의 대화(?)보다 큰 장점이 있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에 이르다보니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타이핑(typing)해서 질의하는 것보다 바로 옆에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AI와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Phisical AI에 대한 나만의 니즈를 발견했던 것 같다. 이를 테면 챗GPT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면, 같은 상상 말이다. 어쩌면 향후 Phisical AI 연구는 이런 상상과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AI 기술이 어떻게 현실 세계에 적용되고 발전할지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