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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채 Oct 25. 2024

입원도 힐링이 될 수 있을까

어느 웹소설 작가의 고통 탈출 일지 13부


수술하기 전, 입원 이야기를 하다 "힐링 잘하고 와."라는 말을 들었다. 수술과 입원은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니까 어찌 보면 '힐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뭔가 영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The Red Hammock (1901)_William Henry Margetson (English, 1861–1940)




수술이 끝난 후 마취가 덜 풀렸을 때도 그렇고 마취가 막 풀렸을 때도 느꼈지만, 아파서 입원한 병원에서 힐링은 절대로 온전한 힐링일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내 기준에서 힐링은 호캉스 혹은 적어도 내 방 침대에서 나른하게 누워있는 것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수술 후 병실에 누워있는 것이 힐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누워있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짱구는 못 말려>를 정주행 하기도 했고, 명상을 평소보다 오래 할 수 있는 점은 좋았었다.




과도한 마인드 컨트롤은 오히려 마음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해서 번아웃이 장기화되며 슬럼프까지 일으킬 수 있다.

-무기력 디톡스, 윤대현, 웅진지식하우스, p71


입원을 힐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정말 아파서 누워만 있어 보니 힐링이라고 하기 참 애매한 것 같았다.



"힐링 잘하고 와."라는 말처럼 억지로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아파 죽겠는데 이렇게까지 날 괴롭혀야 할까?' 싶어서 억지로 과도한 긍정적 회로는 돌리지 않았다. 머리카락 나오는 병원 밥도 그렇고, 옆방 소음도 그렇고, 불친절한 간호사 선생님도 그렇고. 힐링하고 왔다고 하기엔 정말 아쉬운 점이 많은 게 이번 입원이었으니까.



의사 선생님께서 다음 수술은 해야 할지 아닐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다. 당분간 계속 병원에 다니며 몸과 마음 관리를 잘해야 한다. 제발 다음 수술은 없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입원이란 힐링은 크게 즐겁진 않았다. 입원비로 호캉스 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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