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말을 하지 마라?

책을 어떻게 읽든 내 마음이다

by 윤채



지식 없는 확신,

말 없는 피로는

사양하고 싶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평소엔 그저 흘려듣던 말이 유독 진하게 다가왔던 날이 있다.



A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요즘 특정 주제를 파고들며 목적 있는 독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A는 단정적인 어조로 말을 쏟아냈다.



"독서는 그냥 즐기면 되는 거야. 뭐 그렇게 어렵게 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A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훈수두기 시작하는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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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책을 즐기는 사람이다. 아무 목적 없이 페이지를 넘기기도 하고 가벼운 문장에 미소 짓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책은 나를 일으켜 세웠고 어떤 문장은 내 생각과 인생의 결을 바꿔놓았다.



지금의 나는 목적 있는 독서를 통해 더 단단해졌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에게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의 근육을 만드는 일과도 같다. 24개월 동안 1,271권의 책을 읽으며 나는 그것을 증명해 왔다.



그런데 A의 말에는 그런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좁은 경험을 유일한 기준 삼아 나의 방식을 깎아내리는 그의 태도에서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식 없는 확신, 경청 없는 단정, 존중 없는 말투.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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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말에 대꾸할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꿀꺽 삼켰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A의 이야기를 듣던 중 무례한 말에 웃어 넘기 게 예의인 줄 알았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나아가 무례한 말 앞에서 침묵하는 건 나를 지우는 일이라는 사실도 퍼뜩 떠올랐다. 그래서 말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야."



물론 그날 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낸 건 아니다.



"네가 못한다고 나까지 못하는 건 아니야."



A의 성격상 정말 싸움이 날 수도 있으니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삼켰다.



그래도 내가 입 밖으로 꺼낸 한마디엔 나의 독서 방식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전체가 담겨 있었다.



A는 책과 운동보다 술을 더 좋아하지만 A의 삶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는 술잔에서 위로를 찾고 누군가는 책장에서 방향을 얻는다. 심지어 술을 잘 먹고 책 안 봐도 성공할 사람은 성공한다.



미로 같은 인생. 어떤 삶이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방식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방식을 유일한 정답처럼 여기며 타인의 길을 깎아내리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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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유무보다 중요한 건 상대의 방식에 대한 존중이다. 어떻게 읽든 그건 각자의 선택이다. 책을 즐기든 공부하든 그 안에 담긴 각자의 이유는 모두 소중하다.



내 독서는 나의 삶을 만든다. 나의 호흡과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읽고 써나갈 것이다.



어떻게 읽든

어떻게 살든

그건 내 마음이다.



끝으로 A에게 하고 싶었던 말 중 꾹 참았던 말이 하나 더 있다. 무식하면 말을 하지 마라. 경험하지 않은 것을 단정 짓는 태도는 그 자체로 타인에 대한 무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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