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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 Oct 19. 2023

같은 길, 그 위를 달리는 같은 사람, 그리고 속도


숙소에서 현장까지 차로 꼬박 1시간 정도 걸린다. 고정적으로 기사분이 오시는데 가끔씩 사정에 따라 다른 사람이 오기도 한다. 라오스 노면이 워낙 일정하지 않고 평평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승차감이 천차만별이 된다. 일부 구간은 차량이동이 많지 않지만 도로는 일직선이라 속도를 최대로 높이고 달리기 충분하다. 하지만 그 구간에서 어떤 곳은 울퉁불퉁해서 마구 밟으면 차가 위아래로 튀며 사정없이 온몸이 흔들린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그 구간 자체가 평평하지 않아서 쉴 새 없이 계속 요동치며 가는 수가 있다.

오늘도 또 새로운 분이 오셨다. 이 전에 여러 명은 꽤 운전을 잘하는 편이라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출근길에 그는 가장 험난한 코스에서 엑셀을 마구 밟으며 달렸다. 계기판에 보이는 숫자는 시속 100km. 어딘지 모르게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우리는 한참 흔들리며 멀미를 느끼며 장시간 차를 탔다. 반쯤 지났을 때 걱정이 되었다. 이 정도라면 오는 길은 또 얼마나 험난할지. 이틀간 이 분이라 했는데 세 번이나 차를 또 어떻게 타야 하는가.

한 편으로 아찔하고 한 편으로 운전을 잘해주던 기존의 그들이 그리웠다.

어찌어찌 출근길을 달려와 도착했고, 잊어질 때쯤 다시 똑같은 차를 탔다.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다섯 시경. 출근때와는 다르게 그는 느긋하게 달린다. 대략 시속 60km 정도. 서두르는 게 없는지 천천히 달린다. 올 때와는 다르게 노면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느긋하게 가서인지 아침에 오던 똑같은 길도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불안하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도로도 느긋하게,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가는 여정은 천차만별로 느껴진다.

급하게 가면 조금 빨리 도착은 하겠지만, 그동안 느끼는 불안, 불편함, 온몸의 흔들림…단 십여분 일찍 오자고 무리를 해서 온 것이 후유증이 크다.

조금 늦을 것 같다면 더 빨리 출발해서 느긋하게 가던가 아니면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힘들지 않게 가던가 똑같은 길을, 똑같은 사람이 어떻게 평안하게 가는지는 핸들을 잡은 사람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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