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친구가 첼로를 유명한 사람한테 사사받고 온 날이다.
유명한 교수에게 배우고 온 날 뭐 배웠어? 물어보니
"응 힘을 빼래. 그거 배웠어."
"힘 하나 빼는게 1시간 당 50만원이나 받아?"
"이거 싼거야. 힘 빼는게 잘 안돼."
젊어서 그랬나.
어릴 때 글쓰면 글에 힘이 안들어갔다.
뭐라고 떠들지 내 맘만 급해서 적느라 바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나 신경 쓸 여유도 없고 내가 내 글에 눈치를 봤다.
글을 잘 못 써서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고 소란스러워져도
그냥 어쩌겠어하고 넘겼다.
지금은 글에서 힘이 들어간다.
세월에 떼가 묻은건지 쓰기 싫은데 적어서인지 뭔지
힘이 들어가 시건방을 떨거나 까부는 것으로 나온다. 내 성격이 글에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글을 써놓고 아 기분 좋은 글을 좀 쓸껄. 아냐 그래도 누군가는 불편한 글을 적어야지
하다가 관둔다. 쓰고 싶은 글은 긍정적이고 밝고 훗하고 웃음이 나오는 글을 쓰고 싶다.
힘을 좀 빼려고 이거저거 해보다 안나와서
존댓말로 고치는 걸 했다. 이미 써놓은 글을 존댓말로 다시 고치는 중이다.
이렇게 반말로 쓰다가 문장을 존댓말로 고치면 초자아가 등장한다.
반말에서 나오는 글의 생기는 죽으나 좀 힘이 빼진다.
지금처럼 문장이 끊기는 느낌이 아니라 사회적 자아가 튀어나오고
저절로 떠들어대고 있으니
좀 부드러워졌다.
뜬금없이 화가 마크 로스코가 떠올랐다.
죽기 전까지 6개월간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림으로 말을 하는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