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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Apr 10. 2024

꽃은 달라도 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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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일 적 내게는 개나리색 꼬까옷이 있었다. 그 옷의 연노랑색 바탕에는 해바라기 하나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옷을 입고 밖에 나가면 나비들이 너울거리다 내 옷 위에 내려앉고는 했다. 그러면 나는, 꼭 나비를 끌어들인 꽃이라도 된 듯 설렘을 느끼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개나리가 온 세상을 샛노랗게 물들이던 내 어릴 적 동네를, 나는 그 설렘이 가득 담긴 조그만 마음을 품고 여기저기 까르르 거리며 돌아다니고는 했다.


개나리꽃이 내 옷에 물들어, 내 웃음 가득한 얼굴에 개나리꽃이 물들어, 나는 내가 개나리꽃이라도 되었는 줄 알았고, 내 개나리색 꼬까옷에는 늘 나비들이 즐겁게 너울거리며 날아들었다.


발길 닿는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던 개나리꽃이었다. 쌀쌀한 바람이 잦아들고 따스한 햇살이 얇아져가는 옷으로 스며들 때 즈음이면, 개나리꽃의 노란 물결을 보며 어느덧 곁에 다가온 봄날을 반기고는 했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제는 발길 닿는 곳에서 개나리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봄은 되돌아오고, 나는 돌아온 봄을 쉽게 알아챈다. 따스한 봄날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또 다른 샛노란 꽃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을 것만 같은 넓은 들판의 흙을 뚫고, 조금만 햇살이 따스해져 차가운 공기를 몰아내면 어김없이 그 조그맣고 연약한 몸을 올려서, 연노란색 꽃망울을 들판 곳곳에 피우는 나르시스가 바로 그 꽃이다.


나르시스는 꽃을 한 번 심어두면, 매년 어김없이 훈훈한 봄날이 시작되기도 전에, 들판에 일렬로 꽃을 피우며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가 이어져서, 벌써 봄이 온 건가 싶은 즈음에, 그렇게 연노란색 물결을 들판에 일으키며 오고 있는 봄소식을 미리 알려주고는 한다.


꽃은 달라도 늘 봄은 오고, 노란 물결은 내 마음에 늘 돌아오는 봄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dutchgrown.nl/products/narcis-dutch-master#product-medi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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