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라보던 창가에 서서 내다보니 정원에 하얗고, 푸르고, 붉그레한 꽃이 한가득이다. 그 꽃들을 남겨두고 가는 마음이 못내 아쉬운지 정원 곳곳을 사진에 담고 마음에 품어 본다.
저 구석 한편에 이웃집 고양이 진저가 배를 돌바닥에 깔고 누워 갸름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우리 고양이가 아닌데 우리 집 정원이 자신의 것인 듯, 소유한 자만의 여유로움으로 낯선 행동을 관찰한다. 새벽 푸른빛이 감돌아도,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여도, 쨍쨍한 햇살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온 세상을 덮어도, 이웃 고양이 진저는 우리 집 정원을 자신만의 세상으로 만들며 일상을 소소히 즐겨 나갈 듯하다. 그래, 네가 가지고 있어라. 구석구석 누비며 살아있는 생명력을 나눠줘라.
익숙했던 공간에 마음의 의미를 덧붙여, 마지막 밤을 그 공간에 채워 넣는다. 낯선 공간으로 내밀 발을 익숙한 공간에서 쉬게 할 마지막 밤이다.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떠나 도착할 곳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일을 겪게 될지... 감정을 솎아내어 가만히 내어 쉬는 한숨에 아쉬움과 기대감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공존한다.
마지막 밤을 채워 넣으며 안녕..과 안녕..을 가만히 읊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