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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10시간전

중국 영화관에는 고양이가 있다

중국 문화

휴일에 뭘 할지 고민을 하다, 최근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영화를 중국 영화관에서 원어 버전으로 보기로 했다. 중국 지도 앱에서 영화관을 검색하면, 각 영화관마다 상영 중인 영화 목록과 상영시간을 찾아볼 수 있고, 영화 제목 옆에 중국어 버전인지 원어 버전인지 적혀있어 상영 정보를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일반 영화표 가격은 40위엔이었고, 중국어 버전과 원어 버전의 가격이 같았다. 상영 중인 영화마다 일반 영화표 가격이 다른 점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상영을 시작한 지 이미 좀 지난 영화여서 아직 상영 중인 영화관이 많지는 않았고, 여전히 상영 중인 영화관이 시내에 좀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어 더빙 버전이었다. 그런데 도시 외곽의 지역구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영어 버전으로 하루 종일 몇 회차가 상영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외곽에 있는 지역구라고 해도, 네덜란드로 치면 웬만한 도시보다도 큰 곳이어서 영화관 자체는 규모가 꽤 있어 보였다. 하지만, 외진 곳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영어 버전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하루 종일 상영하고 있는 점이 좀 의아하게 여겨졌다. 수요가 그만큼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이 궁금증에 대한 답도 해결하고 영화도 볼 겸 그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 상영 전 보니 대부분 청소년 관람객이었고, 외국인 몇 명에, 부모와 함께 온 어린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나이대의 아이들이라 중국어 자막을 못 읽어도 원어로 영화를 보여줄 생각으로 데리고 온 듯했다.


중국의 영화관은 대부분 쇼핑센터 안에 위치해 있는 듯한데, 역시나 이 영화관도 한 대형 쇼핑센터의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었다. 영화표는 스마트폰에서 전자 결제로 구매해서 영화관에 있는 발권기에서 표를 출력할 수 있었다. 그렇게 표를 받고 공간을 둘러봤는데, 한 편에는 안마 의자 기계들이 여러 개 놓여있고, 다른 한 편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조그만 공간으로 각각 나눠진 글라스 부스에 고양이들이 있었다.


웬 고양이인가 싶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들의 고양이를 맡겨두는 곳인가 싶기도 했지만, 굳이 영화를 보러 오면서 집에 있는 고양이를 데려오지는 않을 듯했다. 글라스 부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고양이들을 주의 깊게 쳐다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아기 고양이였다. 포슬포슬하고 조그만 고양이들은 작은 공간 안에서도 생기 있어 보였고 귀여운 몸짓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고양이들이 있는 글라스 부스 정중앙에 적힌 글자들을 읽어보니, 고양이들이 중국 영화관에 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공간은 고양이 입양을 주선하는 사업체에서 설치한 무인 고양이 입양 부스였다. 부스 옆 설명 문구에 중국 전역의 꽤 많은 곳에서 운영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실 도시 공간 곳곳에서 동물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중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이미 많이 보아왔다. 좀 놀라운 장면도 있었고, 그럴 수도 있겠지 싶은 장면도 있었으며,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었다. 영화관과 고양이의 조합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 무인 고양이 입양 부스는 나를 꽤 오랫동안 그곳 앞에 머무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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