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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애희 Jun 24. 2024

김환기_이조항아리, 1958

하늘을 담다

김환기_이조항아리,1958

하늘을 담다

                                        전애희


푸른 하늘에 하얀 달이 떴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항아리도 떴다.


푸른 하늘에 하얀 달이 떴다.

파아란 밤하늘에 가만히 내 마음도 띄워본다.


푸르른 이곳은 하늘일까?

아니면 푸르른 하늘을 담은 찻잔일까?


2022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겨울 동네 친구들과 함께 근처 갤러리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다도'를 배우고 체험해 보았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다도'수업이었지만,

우리는 함께였기에 '낯설다'라는 마음에 용기를 넣어서 '설레다'라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예를 갖춰서 잔을 놓고, 찻잎을 넣은 후 잠시 기다렸다.

매번 차와 어울리는 다양한 다과가 큰 상을 가로지르며 예쁘게 세팅이 되어있었기에,

차가 우려 지는 시간에 담소를 나누며 다과를 함께 먹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회장님(?)이다.

백발이 정말 잘 어울리시는 우아한 그녀, 모두 그녀를 회장님이라고 했다.

소탈하신 듯하면서 손끝부터 말투까지 우아함이 흘러나오는 것은 그녀의 삶의 흔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남편은 장군이셨다고 한다.(지금은 은퇴하셨음.)

그녀는 평소에도 '사모님'이라 불렸을 것이다.

딸기씨를 못 먹는 그녀를 위해

딸기씨를 모두 걷어준다고 했다.

나와 친구들은 모두 눈빛으로

'우와! 대단하다!'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보면

그 사이 차가 알맞게 우러나왔다.

우리는 오감을 모두 출동시켰다.

코를 벌름거리며 향을 느끼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색을 즐기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차를 따르는 소리에 집중했다.

두 손으로 따뜻한 찻잔을 잡고 드디어 차를 마신다.

내 입을 통해 따뜻한 차의 싱그러움과 약간의 떫음을 느끼고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 내 위에 도착한 차는

내 몸 전체에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듯했다.


우리들은 수업이 끝나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수업 시간에 못다 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 여운을 즐겼다.

3개월이라는 시간, 매주 참석은 못 했지만

우리는 그때를 참 행복하게 기억한다.

그 시간은 우리들에게 추억이라는 소중한 보물이 되어,

바쁜 일상 중에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한다.  


김환기 작가의 <이조 항아리>,

이조 항아리가 달에 딱 붙어서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는 것 같다.

속삭이는 이조 항아리와 달을 보고 있으니

찻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었던 우리들,

서로의 성장을 다독거려 주었던 우리들 같아서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이조 항아리


지평선 위에 항아리가

둥그렇게 앉아있다.

              굽이 좁다 못해 둥실 떠 있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


닭이 알을 낳듯이

사람의 손에서 쏫 빠진 항아리다.


김환기_<그림에 부치는 시> 중에서,

<신천지>, 194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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