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es Rebel Stanton_ Lady at the pond
"내가 저 소녀였으면 좋겠다."
딸아이가 찰스 레벨 스탠턴의 <연못의 여인>을 보더니 꺼낸 이야기다. 예쁜 곳에서 사는 소녀가 좋아 보였다고 한다. 엄마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며 먼저 이야기를 건네주니 기분이 참 좋다. 아이 눈에도 예뻐 보이는 <연못의 여인>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아름다워 감탄이 먼저 나왔다. 파랑과 하양의 만남은 신비로움과 깨끗함, 순결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하얀 피부에 회색빛이 감도는 여인의 팔과 손에 숨이 멎었다가 핑크빛 안색에 숨을 몰아셨다. 살짝 미소 지은 여인의 시선을 따라 연못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닮은 하얀 연꽃이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바람에 떨어진 여린 나뭇잎들이 잔물결을 일으키지만, 또렷한 여인의 이목구비는 흔들림 없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다. 작은 파동에 꿈틀거리는 건 나무가 건네는 인사일까? 먹물처럼 퍼지는 검은 가지가 여인 곁으로 다가간다. 단정한 흰색과 태동하는 검은색은 그림 안에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을 만드는 마법 같다.
요즘 사춘기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중1 딸은 기분이 좋을 때나 필요할 때만 엄마를 찾는다. 아무리 더워도 방문은 꼭 닫고, 엄마가 말 한마디 걸면 짜증 섞인 말투가 나에게 돌아온다. 차곡차곡 내 안에 사리가 쌓여가지만, 더운 날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 날이 있다. 바로, 지금이다. 내 옆에 누워 재잘거리고 웃는 이 순간이 나에게는 햇살 좋은 날이다. 아이들은 알까? 먹구름 낀 날 언제 비가 올지 살펴야 하는 것처럼 아이들 기분을 살피는 엄마의 마음을.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스스로 기초화장품을 구입하고 엄마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가지고 있다. 샤워 후방에 들어간 딸이 한참이(정말 한참이) 지나서야 나온다. 얼굴에 하얀 팩이 붙어있다. 방 안에서 거울을 보며 꿀 피부를 만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절로 난다. 예쁜 곳에서 연못을 거울삼아 보고 있는 여인이 방 안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딸처럼 느껴졌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딸을 키우다 보니 홀로 있는 여인은 어떤 상황일까 궁금해졌다. 사색의 시간을 즐기는 걸까? 산책을 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멈췄을까?
그때그때 기분이 달라지는 딸아이가 따스한 봄날 잠깐 자전거 타고 오겠다고 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군!' 봄을 느끼려는 아이에게 잘 다녀오라 인사를 하며 방긋 웃었다. 짧은 동선이었는데 한참 후에 돌아왔다. "엄마, 자전거 타고 가는데 하늘이 너무 예쁜 거야. 새싹도, 나비도." 하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자연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아이가 참 사랑스러웠다.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를 보내는 딸이 건강하고 현명하게 자라길 바란다. 문 닫고 들어간 방 안에서 아이는 자란다. 살짝 열고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굳이 내가 열고 싶지는 않다.
열네 살 딸아이도 언젠가는 그림 속 여인처럼 자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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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d,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