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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애희 Jun 30. 2024

블라디미르 쿠시_초현실주의

바람과 바다

"나무야~ 나무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거니?"

"잠시 눈을 감아봐. 내가 책장을 넘길 테니, 멈춰!! 해줘."

"준비, 시~~~~ 작!"

펄럭펄럭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음.......... 멈춰!"

"두구두구두구~~~ 오늘은 바다 이야기로 고고!!"

"자! 그럼 바다로 떠나볼까?"

나는 나무의 강을 지나 바다로 향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배에서 내려 걸어가자."

"알았어. 나무야~ 고마워."

나는 바다뷰가 멋진 카페에 갔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곳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상쾌한 바람을 느꼈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난 어느새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에게는 가빈, 가원이라는 예쁜 보물들이 있다. 

사랑스러운 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에 나오기 전에 더 멋진 이름이 있었다. 

바로 ‘바람’과 ‘바다’다.


우리에게 찾아온 바람

결혼 후 신나게 놀다가 아이가 갖고 싶어졌다. 

사실 아주버님보다 먼저 결혼 한 우리는 아이만큼은 아주버님이 먼저 낳고 

그다음에 우리가 낳자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아주버님은 만나고 있었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고, 

결국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아이를 갖자! 결심하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산부인과 내에 있는 불임과를 찾았다. 

그리고 다양한 검사를 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검사는 자궁 조영술이었다. 

자궁 안에 조영제를 넣고 X-레이 촬영을 했다. 조영제가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많이 아팠다. 

내가 한 산부인과 검사 중 제일 아팠다.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오자, 나는 신랑도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해보도록 했다. 

S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신랑은 하루 종일 앉아서 컴퓨터와 씨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정자수가 조금 낮게 나왔던 것 같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원장님께서 장안문(남문) 근처에 있는 ‘SM 한의원’을 소개해주었다. 

나는 바로 예약을 하고 신랑과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 한의사가 진맥을 하고, 한약을 지어주셨다. 

3개월째 한약을 먹고 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첫 째 임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5년 겨울에 결혼한 우리는 2009년 6월 첫째 임신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긴 아가를 위해 나는 신랑에게 미션을 줬다. 

바로 아기의 태명 짓기!! 

신랑은 며칠 고민하더니 나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째깍째깍~ 시간이 흘러가네요. 우리를 엄마 아빠로 만들어 줄 ‘바람’이가 곧 태어나라고~ 

오늘도 지나갑니다. 약속한 거 기억나죠? 오늘 태명 지어 줄 거라고.

태명은 ‘바람’이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바래고 바래서 얻은 새 생명이라는 뜻과 내가 여름에 젤로 좋아하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항상 시원하게 살며, 사람들에게 시원한 바람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지어 봤어요. 

(중략) 

이 세상 어떤 기쁨, 행복도 지금보다 더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울 예쁜 마누라가 보고픈 남편. 2009.6.29.


이렇게 우리에게 바람이 찾아왔다.


우리에게 찾아온 바다

바람은 2010년 우리에게 찾아와 ‘가빈’이가 되었다. 

가빈이를 키우며, 나는 생각했다. 

‘둘째를 언제 낳아야지 내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참 이상하다. 그 누가 밖에 나가서 “일해라.”, “돈 벌어 와라.” 하는 사람 없는데, 

나는 왜 자꾸 다시 일할 날을 손꼽는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일도 참 보람되고 행복한 일인데, 나는 왜 자꾸 밖에 나가서 일을 하려고 할까?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서는 ‘시간계산기’를 켠다. 

‘첫째를 서른셋에 낳았으니, 둘째를 서른다섯에 낳을까? 더 나중에? 

아니야, 그럼 육아 기간이 너무 길어.’ 

나는 대뜸 신랑에게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통보였다. “우리 둘째 갖자.” 

지금 생각하니 참 웃기다. 신랑도 그때 당시 속으로 웃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건 나는 2011년에 둘째 임신에 성공을 했다. 

 

드디어 우리에게 바다가 찾아왔다. 

 

우리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바다같이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라며 ‘바다’라고 불렀다. 

그 시간을 떠올리니 또 행복하다. 행복과 함께 입덧의 굴레도 떠오른다. 

‘첫째 때 내가 이렇게 입덧이 심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입덧이 심했다. 

결국 친정 엄마에게 SOS를 청했다. 

“애희야, 밥 먹고 나면 그대~~~ 로 앉아있어.”, “이제 천~~~~천히 침대로 가.” 

나는 엄마 말대로 행동을 했다. 좀 나아졌다. 

엄마가 가빈이를 챙겨주니, 내 상태는 더 나빠지지 않았다. 

엄마가 광주로 내려가야 할 때쯤 나는 입덧주사를 맞았다. 

신기하게 입덧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이건 정신력일까?’하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입덧이 없어지는 것이면 진작 맞을걸!’ 약간의 후회도 했다.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바다로

신기하게 우리 가족은 바다를 참 좋아한다. 

2024년 4월은 운이 좋은 달이다. 동해 바다와 서해 바다를 다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느새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논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다. 

하지만 바람과 바다는 둥지를 떠나 바람을 타고 저 멀리 바다로 나가겠지? 난 이 아이들을 응원할 것이다. 그 끝이 어딜 지 모르지만, 훨훨 날아서 세상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가끔은 바람이 멈추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새 길을 찾아 나아갈 너희들을~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너무 생생한 꿈이었다. 아니, 이게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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